'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美 아마존과 가격차이 없다해외배송도 구독형 맴버십 통해 무료배송…매출 확대2023년 상장 앞두고 영업이익에 대한 우려도 커져
  • 11번가가 올 하반기 최대 사업으로 꼽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선보이기로 하면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배송 시간을 중심으로 경쟁해온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이라는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를 등에 업고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해외직구를 직접 진출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11번가가 기업공개(IPO)를 위해 수익성을 높여야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는 평가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오는 31일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지금까지 오픈마켓에서 해외직구를 대행해주는 형태의 판매는 적지 않았지만 아예 특정 해외 이커머스와 손 잡고 국내 정식 서비스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최대의 이커머스 사업자인 아마존은 국내에도 적잖은 수요층을 가지고 있다. 이를 겨냥해 미국 현지 주소로 아마존 상품을 배송받은 뒤, 국내로 배송하는 배송대행 서비스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주목할 지점은 아마존의 수천만 종에 달하는 상품을 국내 11번가에서 직접 판매하면서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아마존의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에 항상 미국의 아마존과 가격이 같다고 하긴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아마존 판매 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11번가가 별도의 수수료를 붙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11번가는 아마존의 핫딜, 오늘의 딜 등의 행사를 그대로 적용한다. 심지어 11번가만의  단독 딜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11번가가 이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나마 배송료는 미국의 아마존과 별도로 책정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수익적인 면에서 기여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모회사인 SK텔레콤이 구독서비스 ‘우주패스(Universe Pass)’를 통해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주패스’의 가입 가격은 월 4900원부터 9900원까지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사용할 수 있는 1만원 상당의 쿠폰도 제공된다. 

    통상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의 배송료가 2만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를 구독 서비스로 보존해주는 셈이다. 굳이 ‘우주패스’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2만8000원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도 가능해진다. 

    ‘우주패스’에서 SK텔레콤과 11번가의 수익 분배율에 대해서는 공개된 것이 없지만 당장 가입비 이상의 혜택을 감안하면 수익성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커졌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 서비스 시행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만 본다면 11번가가 아마존을 통해 얻어갈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모든 이커머스 업계가 수익보다는 매출 규모 확대를 통해 시장점유율 상승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빠른 배송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11번가와 아마존의 제휴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물류센터나 배송 인력에 큰 투자 없이도 외형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해외직구 거래액은 약 4조원으로 이중 미국 직구 거래 비중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오는 2023년까지 상장을 목표로하는 11번가 입장에서 당장 영업이익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하는 과정에 자금을 투자받으며 2023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SK텔레콤 지분을 동반 매도하는 ‘동반매도청구권’을 체결한 바 있다. 

    11번가는 지난 2019년 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8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그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예정된 상장 일정대로라면 올해는 반드시 흑자를 기록해야하지만 상반기 누적 11번가의 영업손실은 180억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