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5 NDC 확정 … 2018년 대비 온실가스 53~61% 감축온실가스 세계 1위 中 탄소중립 소극적·2위 美 NDC 탈퇴한경협 "탄소 배출 상위 13개국 모두 2030 NDC 달성 어려워"대한석유협회 회장 "현실적 지혜 필요" … NDC 속도조절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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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김성환 기후부 장관에게 질문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대한 속도 조절론이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내용의 2035 NDC 목표를 확정했다.그러나 이런 정부의 목표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이 탄소중립 정책에 소극적이고 유럽연합(EU)도 경제적 현실과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정책을 철회하고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목표를 확정했다. NDC는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5년마다 갱신해 유엔(UN)에 제출해야 하는 국가 목표다.NDC 목표 달성을 위한 정부 구상을 보면, 우선 전력 부문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줄여나가 2018년 대비 최대 75.3% 감축한다. 특히 산업 부문은 연·원료의 탈탄소화, 공정의 전기화, 저탄소 제품 생산 확대 등을 통해 2018년 대비 최대 31% 감축한다.건물 부문은 제로에너지건축과 그린리모델링 확산, 열 공급의 전기화를 통해 2018년 대비 최대 56.2% 감축한다. 수송 부문은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내연차 연비개선, 대중교통 활성화 등을 통해 2018년 대비 최대 62.8% 감축한다.당초 산업계에서는 "NDC 48% 목표를 달성하는 것 조차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정부는 이보다 훨씬 높은 NDC를 강행했다.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17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에서 "대한민국이 탈탄소 문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책임있게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2026년에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를 대전환하겠다"고 밝혔다.반면, 중국과 미국 등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들은 탄소중릭 정책에서 발을 빼고 있다. 전 세계 배출량 1위인 중국은 2035년까지 정점 대비 7~10% 감축하겠다는 목표치를 내놨지만 앞으로 올 정점이 언제가 될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배출량 2위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파리협정 탈퇴를 통보했고, 3위인 인도는 NDC 제출을 거부한 상태다.세계 온실가스 배출량도 국제사회의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기후변화 정책을 선도하던 유럽 국가들마저 에너지 위기가 닥치가 석탄 등 화석연료로 유턴하고 있는 것이다.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발간한 '주요 탄소 배출국 2030 NDC 목표 달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 상위 13개국 모두 2030 NDC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한경협은 보고서에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는 상위 13개 배출국이 차지했다"면서 "중국·미국·인도·러시아 등 상위 4개국 비중이 50% 이상이지만, 배출량 상위 4개국의 감축 목표 달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특히 영국 정부는 지난 7월 에너지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 100건 이상의 북해 원유 및 가스전에 대한 개발을 허가한다고 발표했고, 독일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 석탄 광산 부지 개발을 위해 기존 풍력 발전소 7기를 철거할 방침을 세웠다.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에너지경제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G20 국가들의 화석연료 발전량 추이는 ▲2015년 1만4992TWh ▲2017년 1만5547TWh ▲2019년 1만5728TWh ▲2020년 1만5201TWh ▲2021년 1만6119TWh ▲2022년 1만6388TWh다.기후선도국인 독일의 화석연료 발전량은 2020년 302TWh에서 2022년 332TWh로 10% 이상 늘었고, 영국도 164TWh에서 176TWh로 7% 이상 늘었다. 프랑스도 56TWh에서 69TWh로 20% 이상 폭증했다. -
-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2.17. ⓒ뉴시스
이런 가운데 EU는 2035년부터 시행하려던 '내연기관차 판매 전면 금지'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 시간) 이같은 내용을 전하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2021년 배출량의 최대 10% 수준까지 내연차 생산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FT에 따르면 개정안은 친환경 철강 사용 등 차량 생산 조건을 충족할 경우 2035년 이후에도 각 업체의 2021년 탄소 배출량의 최대 10% 수준까지 내연차 생산을 허용한다.이렇게 되면 자동차 업체들이 제한된 수량의 휘발유·경유 차량을 계속 생산할 수 있게 된다. EU의 유턴은 무리한 전기차 전환이 자국 자동차 산업의 쇠퇴와 중국산 전기차의 범람을 불렀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우리나라의 탈탄소 로드맵은 '2035년 내연차 판매 전면 금지'를 선언했던 EU에 맞춰 추진됐다. 산업계의 거센 우려에도 불구하고 2035년 NDC에 맞춰 10년 뒤 신차의 70% 이상을 무공해차(전기·수소차)로 채운다는 구상인데, 이는 사실상 내연차 퇴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 세계 탄소중립의 상징인 EU 마저 탈내연차 속도조절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나 홀로 과속'인 상황이다.2035년 NDC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면서 업계에서는 '속도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지난 16일 산업통상부·대한석유협회·에너지경제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2025 석유 콘퍼런스'에서 "과도한 전동화 의존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탄소중립 연료 등의 대체연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현실적인 지혜가 필요하다"며 이재명 정부의 2035년 NDC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했다.박 회장은 정부의 목표치가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면서 "중국, 미국 등 최대 탄소배출국이 탄소중립 정책에 미온적이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경제적 현실과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정책을 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날 콘퍼런스에선 'NDC 연착륙 방안'을 위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실장은 "석유 수요는 2035년까지도 현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석유 생산 투자가 10년째 정체되는 등 공급 여건은 약화하고 있다"면서 "국내 석유정책은 공급 안정성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고 했다.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글로벌 정유사들이 AI로 효율을 개선해 비용을 줄이고 있는 만큼, 국내 정유사들도 공정 데이터를 통합·표준화해 AI 활용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충식 카이스트 교수는 "2035 NDC 달성을 위해 전기차 보급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E-Fuel 등 다양한 동력원을 활용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