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성 불충분 사례에서 보상금 지급 판단 기준 ‘모호’‘의학적 그레이존’의 한계… 국회-의료계 “보상범위 늘려야”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독립적 기구 설치 주목
  •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공동취재단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공동취재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대로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보상범위가 늘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인과성 입증이 어려운 사례 ‘4-2(보상제외)’에 대한 조치가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지난 6~7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백신접종 후 발생한 이상반응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접종 피해자, 피해자 가족 등이 참고인으로 출석하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문제의 원인은 정부가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부작용 발생시 보상하겠다며 최대 1000만원의 보상책을 꺼내 들었지만 워낙 절차가 까다롭고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보건복지위에 제출한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및 보상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사망 및 중증, 아나필락시스 신고사례 2440명 중 303명만이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됐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아나필락시스가 296건이었고, 중증·사망자 중에 인과성을 인정받은 사례는 사망 2건, 중증 5건으로 총 7건에 불과했다. 38건은 인과성 근거 불충분, 2087건은 인과성 불인정으로 판정됐다.

    쟁점은 ‘의학적 그레이존’에 놓여있는 인과성 입증이 어려운 사례의 경계다. 현행 심의 기준상 4-1(의료비 지원) 또는 4-2(보상제외)를 판단하게 되는데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다. 같은 부작용이어도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 ▲ ⓒ강민석 기자
    ▲ ⓒ강민석 기자
    이와 관련 8일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은 통상 기준보다 훨씬 빠르게 상용화된 신규 백신이기 때문에 아직 부작용 등을 파악하는 중이다. 이는 4-1, 4-2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은 의사 출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정감사 당시 제기한 바 있다. 신 의원은 “4-1, 4-2 판단은 100% 완벽하지 않다. 가급적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며 과정, 근거, 결과 등에 대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복지위 간사는 “보상 지급현황을 봐도 ‘진료비 및 간병비’만 보상됐고, 장애인일시보상금이나 사망일시보상금 및 장제비 보상건은 없다. 국민이 안심하고 백신접종에 참여하도록 이상반응에 대한 인과성 인정, 보상결정 비율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보상범위를 늘리겠다고 답변했다.

    정 청장은 “이상반응에 대한 적극적 대응, 보상, 지원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계신 것도 잘 알고 있다. 국내외 자료를 검토하며 어떤 이상반응이 제기되고 있는지 정보를 수집하고 보상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 관계자는 “입증하기 어려운 인과성 문제를 따지는 것보다 포괄적 보상이 이뤄져야 4-2 사례 등으로 인한 국민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재난적 의료비로 고통받는 피해자가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 심의는 질병청과 별도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을 통해 결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독립적인 별도 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감 이후 해당 사업이 추진될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