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유류세 인하폭·적용시기 발표…10% 안팎될듯LNG 할당관세율도 낮추기로…가스요금 인상요인 낮춰9월 생산자물가 127개월來 최대폭↑…소비자물가 3%대민생 '팍팍'…미세먼지 저감 역행 환경단체도 아직 조용
-
고물가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생산자물가는 6개월째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국제유가와 원자잿값 급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유류세 인하 카드를 공식화했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우려에 서민 생활이 팍팍해지자 환경친화적 세제정책과 배치된다며 유류세 인하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환경단체들도 이례적으로 잠잠한 모습이다.정부는 22일 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정책점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었다. 이 차관은 모두발언에서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류세 인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으로, 정부가 인하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 차관은 유류세 인하 폭과 적용 시기 등에 대해선 "다음 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세부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오는 26일 발표 가능성이 점쳐진다.인하율은 생색내기 수준에서 낮게 책정되지는 않을 거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홍 부총리는 지난 20일 기재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유류세 인하율을 (법정 한도인) 30%까지 6개월간 내릴 경우 3조4000억원이 필요하다. 30% 인하(휘발유 리터당 269원·경유 198원·LPG 61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유가 동향이나 물가 수준을 봐서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다음 날인 21일에는 "유류세를 어느 정도 내리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물가 안정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지난 2008년과 2018~2019년 고유가 상황에서 유류세를 내린 적 있다. 당시 인하율은 7·10·15%로 제각각이었다. 일각에선 홍 부총리 발언과 과거 사례를 참작했을 때 인하율이 10%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을 제기한다.인하 시기는 다음 달부터 대통령선거가 있는 내년 3월까지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홍 부총리는 국감에서 "물가 동향을 봐야겠지만 (유류세 인하 기간은) 시기적으로 겨울을 넘어가는 수준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율도 낮춰 가스요금 인상 요인도 잠재우기로 했다. 이 차관은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대응해 현재 2%인 LNG 할당관세율을 추가로 내리는 방안도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대표적인 게 달걀이다.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 공급이 여의치 않으면서 달걀이 밥상물가 상승을 견인하자 지난 6월 농·축·수산물 가격안정 조치를 발표하며 달걀 수입물량을 5000만개 플러스알파(+α)로 늘리고, 달걀과 7종류의 달걀가공품에 붙는 할당관세를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없애기로 했다.정부는 LNG 수입에 기본 3% 관세를 매기지만, 통상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철에는 2%의 할당관세를 적용해왔다. 고물가 지속에 이를 더 내려 한국가스공사의 LNG 도입가격을 낮춤으로써 최종적으로 가스요금 인상 압력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와 LNG 할당관세 인하는 모두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도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밟아 추진할 수 있다.현재 국제유가는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배럴당 80달러대 초반을 기록 중이다.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평균 가격의 7배 수준인 MMBtu당 35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
소비자물가는 이달 3%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 부총리도 20일 국감 답변에서 "10월에 일시적으로 3%를 넘을 수 있겠다"고 했다. 기재부는 지난 15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을 설명하면서 10월 물가와 관련해 "지난해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와 유가, 환율 오름세로 상방 압력이 높아 3%대 물가상승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달 물가 상승률이 3%대를 넘는다면 2011년(4.0%)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가 된다.문제는 고물가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8월(110.86)보다 0.2% 높은 111.13(2015년 수준 100)으로 집계됐다. 11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난 4월 이후 6개월째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등락률은 7.5%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2011년 4월(8.1%)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점을 고려하면 4분기에도 물가 상승 압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일각에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발표한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앞으로 몇 달간 추가 석유 수요가 하루 최대 5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통계청이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달 108.25로, 1년 전보다 1.9% 상승했다. 2016년 4월(1.9%) 이후 5년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 3월 이후 7개월 연속 1%대를 유지했다. 오름폭도 커져 2%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설상가상 추위가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앞으로 겨울철 난방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서민 생활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고려된 탓인지 정부의 잇단 유류세 인하 메시지에 환경단체는 의외로 잠잠한 모습이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경유세 등 유류세 인하가 문재인 정부의 환경친화적 세제개편과 궤를 달리한다며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아직 환경단체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과거처럼 강력하게 반대하는 성명 등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2050 탄소중립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화석연료 탈출을 위해서라도 유가가 오르는 것을 방향적인 측면에서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망에 대한 긴장이 커지는 것은 기업 활동이나 서민 생활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두 달 새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6개월쯤 한시적으로 유류세 인하 카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