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27.3%↑…2008년 8월 이후 최대폭농축산물 0.2%↑, 오름세 둔화…달걀은 33.4%↑전세 2.5%↑, 2017년 11월이후 최고…월세 0.9%↑전기세 인상에 작년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 겹쳐
  • ▲ 유가 상승.ⓒ연합뉴스
    ▲ 유가 상승.ⓒ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2% 올라 9년9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유가와 달걀·돼지고기 등 축산물 상승세가 이어졌고 설상가상 전기료 인상과 지난해 10월 정부의 통신비(2만원) 지원정책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여파로 전세는 1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물가의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급등하며 2%대 후반으로 수직상승했다. 일각에선 연말까지도 3%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통계청이 내놓은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2% 올랐다. 2012년 1월(3.3%) 이후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여섯달 만에 1%대로 올라선 후 넉달 연속 0%대에 머물다 올 2월(1.1%)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대 이상 상승률은 지난 4월(2.3%) 이후 일곱달째 이어졌다.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2년11개월 연속 2% 이상을 기록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상품과 서비스가 각각 3.2%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0.2%)과 공업제품(4.3%)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달 연속 상승하다 9월 제자리걸음 했던 전기·수도·가스는 1.1% 반등했다.

    농·축·수산물은 지난달에도 올랐다. 다만 지난 1월(10.0%) 이후 이어지던 두 자릿수 오름세는 7월 9.6%, 8월 7.8%, 9월 3.7%로 크게 둔화하는 모습이다. 달걀(33.4%), 수입쇠고기(17.7%), 마늘(13.1%), 돼지고기(12.2%), 국산쇠고기(9.0%) 등의 상승 폭이 컸다.

    농산물은 1년 전보다 6.3% 내렸다. 채소류가 17.4% 하락했다. 채소류 내림 폭은 7월(-0.8%), 8월(-11.5%), 9월(-12.2%)에 이어 커졌다. 반면 축산물(13.3%)은 올랐다. 달걀이 여전히 상승을 이끌었다. 1월(15.2%) 이후 열달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오름폭은 7월 57.0%, 8월 54.6%, 9월 43.4%보다 둔화하는 추세다. 배추(-44.6%), 무(-43.8%), 파(-36.6%), 풋고추(-34.0%), 토마토(-29.4%) 등은 가격이 내렸다.

    4.3%로 오름폭이 커진 공업제품은 2012년 2월(4.7%) 이후 최대 상승했다. 석유류(27.3%)의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2008년 8월(27.8%)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지난해 3월(1.3%) 이후 처음으로 여덟달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오름폭도 7월 19.7%, 8월 20.8%, 9월 22.0%보다 커졌다. 한동안 가격 하락을 이끌었던 휘발유(26.5%), 경유(30.7%), 자동차용LPG(27.2%) 등이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급등했다. 가공식품(3.1%)도 덩달아 올랐다. 침대(8.6%), 점퍼(3.8%), 빵(6.0%) 등도 1년 전보다 상승했다. 반면 여자학생복(-74.4%), 남자학생복(-74.1%), 식기(-10.4%), 휴대전화기(-9.6%), 세탁기(-8.6%), 구두(-3.8%) 등은 가격이 내렸다.

    전기·수도·가스는 전기료(2.0%), 상수도료(0.9%), 도시가스(0.1%)가 각각 올랐다. 9월 0.3% 내렸던 전기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올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전분기(-3원)보다 3.0원 올리면서 반등했다.

    서비스 부문에선 공공서비스(5.4%)와 개인서비스(2.7%) 모두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휴대전화료(25.5%), 외래진료비(1.8%)는 오르고 고등학교납입금(-99.9%)과 유치원납입금(-5.2%)는 내렸다. 휴대전화료는 지난해 10월 정부의 통신비 지원이 기저효과로 작용해 물가상승률을 부채질했다.

    개인서비스는 보험서비스료(9.6%)와 생선회(외식·8.8%), 공동주택관리비(4.3%), 구내식당식사비(4.3%)가 올랐다. 반면 학교급식비(-99.9%)와 병원검사료(-21.5%), 학교보충교육비(-7.4%), 국내단체 여행비(-1.9%)는 내렸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3.2%)는 7월(2.5%)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으나 오름폭은 8월 2.8%, 9월 3.1% 등으로 크지 않았다.

    집세(1.8%)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2.5%)와 월세(0.9%) 모두 상승했다. 전세는 2017년 11월(2.6%)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 3법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난해 5월 이후 18개월 연속, 월세는 17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오름폭도 꾸준히 커지는 모습이다.
  • ▲ 달걀.ⓒ연합뉴스
    ▲ 달걀.ⓒ연합뉴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8.6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급등했다. 2012년 1월(3.1%)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 3월 넉달 만에 1%대로 반등한 후 여덟달 만에 2%대에 진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7.75로, 지난해보다 2.4% 올랐다. 근원물가처럼 지난 3월 반등 이후 여덟달 만에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09.98로, 1년 전보다 4.6% 급상승했다. 2011년 3월(4.7%) 이후 10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식품(2.1%)과 식품 이외(6.1%) 모두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4.1%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7.5% 내렸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0.6%)와 신선과실(-0.2%), 신선채소(-17.5%) 모두 내렸다.

    지역별 등락률을 보면 강원(3.7%), 전북(3.6%), 광주·전남(3.5%), 충북·경북·제주(3.4%), 울산·경기(3.3%), 부산·인천·대전·충남(3.2%), 대구·경남(3.1%), 서울(2.6%) 등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내수 부진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지만, 인플레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내놓은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21.4로 전달보다 2.5%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외부활동이 늘어난 게 원인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이달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행한 만큼 당분간 외부활동 수요 증가로 소비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세계적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14일(현지 시각) 발표한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앞으로 몇 달간 추가 석유 수요가 하루 최대 5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1월과 12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