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 지난해 비외감법인 '나노테크' 대표에 수십억 건네'나노테크', SK 최씨 이사 지낸 '에스아이에스'서 분할된 회사'킨앤파트너스-에스아이에스-나노테크' 수상한 삼각관계
  • ▲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킨앤파트너스 사무실. ⓒ강민석 기자
    ▲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킨앤파트너스 사무실. ⓒ강민석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의 전주 역할을 한 '킨앤파트너스'가 SK그룹 계열사라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박중수 전 킨앤파트너스 대표가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몸담았던 회사 관계자에게 수십억 원의 뭉칫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대표가 뭉칫돈을 건넨 대상은 최 이사장이 과거 이사를 지낸 회사의 임원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해당 자금의 성격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대표는 지난해 경기도 성남의 소규모 IT부품 판매업체인 '나노테크'의 민모 대표에게 20억 원이 넘는 돈을 건넸다.

    박 전 대표로부터 거액을 건네받은 민 대표가 최대주주인 나노테크는 지난 2014년 8월 설립된 업체로 공시의무도 없는 소규모 비외감법인이다.

    이렇다 할 자산이나 매출도 없고 거래 관계도 없었던 회사 대표에게 수십억 원의 뭉칫돈이 건너간 것이다.

    특이할 점은 나노테크가 SK그룹 오너 일가의 가족 회사라는 뒷말이 무성했던 '에스아이에스'에서 분할된 회사라는 점이다.

    에스아이에스는 지난 1999년 5월 '인스오케이손해보험중개인(인스오케이)'이라는 사명으로 설립된 뒤 2009년 10월 에스아이에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에스아이에스는 보험중개업과 IT부품 판매업을 하고 있었는데 2014년 IT사업 부문이 나노테크로 분할됐고 2015년 6월에는 보험중개업 분야를 '마쉬코리아보험중개(마쉬코리아)'가 인수하면서 2018년 8월 해산했다.
  • ▲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주변 관계도. ⓒ황유정 디자이너
    ▲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주변 관계도. ⓒ황유정 디자이너
    최 이사장은 인스오케이에 2004년 3월부터 6월까지 약 4개월 간 이사로 재직했고 나노테크 민 대표는 인스오케이가 에스아이에스로 사명을 변경한 뒤인 2013년 4월부터 2015년 6월까지 2년 넘게 같은 회사에서 이사로 근무했다.

    결국 박 전 대표가 명목이 불분명한 거액의 뭉칫돈을 건넨 민 대표와 최 이사장이 시기는 다르지만 한 회사에 재직한 것으로 이들 3명의 관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SK행복나눔재단 산하 '행복에프앤씨재단' 대표를 역임하며 최 이사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한 최 이사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 전 대표는 대장동 개발 사업이 시작된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킨앤파트너스 대표를 지냈는데 이 시기에 최 이사장이 킨앤파트너스에 빌려 준 400억 원이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자금으로 쓰인 사실이 밝혀져 최 이사장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킨앤파트너스가 SK그룹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과 킨앤파트너스 사무실 등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이는 등 진위 파악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SK그룹이나 최 이사장 측은 이런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며 킨앤파트너스에 빌려준 돈이 대장동 사업에 투자된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킨앤파트너스와 최 이사장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있는지, SK그룹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본보는 취재 내용에 대한 최 이사장과 킨앤파트너스, 민 대표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회사를 방문하고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 ⓒSK행복나눔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 ⓒSK행복나눔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킨앤파트너스-에스아이에스-나노테크' 수상한 삼각관계...최기원 측근들 포진

    킨앤파트너스와 에스아이에스, 나노테크 관련자들 간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래 관계가 드러나고 이들 회사에 다수의 SK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최 이사장의 심복으로 알려진 윤모 전 행복에프앤씨 이사는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가까이 이 회사에서 감사를 지냈다. 윤 전 이사는 박 전 대표와 함께 최 이사장의 측근 그룹으로 꼽히며 에스아이에스는 물론 킨앤파트너스에서도 이사를 지냈다.

    SK해운 임원 출신인 장모씨도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에스아이에스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장씨도 최 이사장과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곳곳에서 최 이사장과 측근 그룹 간의 연결 고리가 확인되면서 이들 3개 회사가 어떤 관계인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단순히 킨앤파트너스에 400억 원을 대여해 준 것일 뿐 대장동 사업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최 이사장의 주장과 달리 최 이사장이 이들 회사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됐을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관련자들의 근무 이력만 놓고 보더라도 서로가 연관됐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있다"며 "최씨가 이들 회사에 본인의 측근들을 심어 실질적으로 지배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SK행복나눔재단 측은 일련의 의혹에 대해 "재단 사업 외의 다른 사업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답변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