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승인 임박… 연내 유력경쟁제한?… "경쟁력 해칠 가능성이 더 커"델타·루프트한자·아메리칸항공 슬롯 비중 60~85%한진해운 사태 되돌아봐야… 현기차 통합과도 달라
  • 항공빅딜 관련 공정위 승인이 임박했다.

    공언한대로 이달 중 결론이 날 전망이다.

    관건은 가시지 않는 '조건부 승인설'이다.

    일각에선 여전히 노선이나 슬롯, 요금 등에 제한을 둘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급기야 한진칼 일부 주주가 빠른 심사를 위해 조건부 승인을 요청했다는 주장으로까지 비화됐다.

    물론 곧바로 공정위가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지만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앞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올해 안으로 심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도 "양사 합병 시 경쟁제한이 발생해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여러차례 조속한 심사와 합리적인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동걸 회장은 "부정적인 요인 발생시 항공위기가 재발할 것"이라며 걱정스러워 했다.

    조건부 승인설에 대해서도 "항공산업 전반과 미래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전문가들도 항공통합의 목적을 되돌아 봐야 한다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부채와 적자에 허덕이는 아시아나를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한항공이 흡수해 국내 항공산업 전체 경쟁력 하락을 막아내는 것이 당초 목적이라는 것이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통합 시 양사 인천공항 슬롯(운항횟수) 비중은 39%에 불과하다. 허브공항에서도 공급기준 절반을 넘어서지 못하는데, 공정위가 국적사 독과점을 지적하는 것은 무리”라며 “외항사의 경우 자국 허브공항 슬롯이 60~80%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항사의 경우 자국 허브공항 프리미엄이 뚜렷하다. 애틀랜타, 프랑크푸르트, 두바이 공항에 각각 거점을 둔 델타와 루프트한자, 에미레이트항공은 60% 가량의 슬롯을 차지한다. 아메리칸항공은 댈러스 공항의 슬롯 85%를 쓴다. 

    허 교수는 “두 항공사의 슬롯을 합해야 40%에 못 미치는 인천공항에선 국적사의 지위가 오히려 약한 편”이라며 “미국, 중국,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장거리 노선에서는 1국 1사 체제로 경쟁한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양사 통합 후 독점이 우려되는 노선은 카트만두·밀라노·취리히·베니스·자그레브·로스앤젤레스 등이다. 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뉴욕 등도 통합사 노선 점유율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정위가 노선 점유율을 ‘경쟁제한성’으로 판단해 50% 아래로 조정한다고 해도,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데 있다.

    대부분 중장거리 노선이다 보니 국내 LCC들은 한계가 있다.  결국 외국계 대형항공사들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몫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 교수는 비슷한 예로 한진해운 파산 사태를 언급했다. 파산 당시 한진해운이 가지고 있던 글로벌 운송망은 국내 경쟁사인 현대상선에 모두 흡수되지 못했다. 

    글로벌 업체들이 어부지리로 자리를 차지했고 이후 물류비 폭등으로 인한 전반의 비용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됐다.

    허 교수는 “공정위가 양사 결합심사에 제조업인 현대·기아차 사례를 빗대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항공운송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양사 결합을 바라보고, 그 특수성과 이후 파급효과를 충분히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