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즐기는 음주문화 확산에 주류시장 변화코로나19 이후 저도주 선호 늘어소주·맥주·위스키 등 전 주종의 저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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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소비자들이 즐기던 저도주가 주류(主流)로 떠오르고 있다. 과도한 음주 대신 가볍게 즐기는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홈술·혼술 증가가 맞물리며 무알콜 맥주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2년 13억원 수준이었던 무알콜 맥주 시장은 올해 2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3~4년 안에 2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체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에 불과하나 성장세는 뚜렷하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에서 올해 판매된 무알콜맥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01.3% 폭증했다. 

    무알콜 맥주 성장은 20대 젊은 층과 여성이 이끌었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된 무알콜 맥주의 성별 구매 비중은 여성이 70.9%를 차지했다. 연령대별 신장률에서도 20대가 572.4% 늘어나며 핵심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활동이 줄어들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체재로 무알콜 맥주가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맞춰 소주와 맥주, 위스키 등 기존 주류 역시 도수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1월 주력 제품인 ‘처음처럼’의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췄다. 2006년 처음 출시됐을 당시 20도였던 도수는 15년만에 3.5도가 낮아졌다. 

    하이트진로도 지난 8월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6.5도로 낮췄다. 앞서 지난 3월 ‘진로’의 도수를 낮춘 이후 두 번째다. 

    주요 주종인 소주의 계속되는 저도화는 최근 주류 소비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20년 주류 소비‧섭취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소비자들의 1회 평균 음주량과 음주 빈도 모두 낮아졌다. 

    주요 소비장소도 식당·호프집에서 본인과 지인의 집으로 바뀌었다. 음주 형태와 환경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취하는’ 음주보다 ‘즐기는’ 음주로의 선회가 빨라진 것이다. 

    신세계L&B가 지난해 선보인 과일맥주 브랜드 ‘트롤브루’는 1년만에 누적 450만캔 판매고를 기록했다. 알코올 도수는 자몽과 레몬 각각 2.6도, 2.4도다. 통상 5도인 맥주 도수의 절반 수준이다. 전체 판매의 70%가 편의점에서 판매되며 홈술·혼술이 확대되고 있음을 방증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위스키 업계도 저도주로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 병입이 완료돼 수입되는 특성상 위스키 수입액은 곧바로 국내 유통량과 직결된다. 2007년 2억6457만달러였던 위스키 수입액은 지난해 1억3246만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저도 위스키 수요가 늘며 올해 1월부터 10월끼리 위스키 수입액은 9321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3.1% 늘어났다. 위스키 수입액이 증가한 것은 7년만이다. 

    저도 위스키를 처음 시장에 선보인 골든블루의 성장세도 이 같은 저도주 선호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골든블루는 40도 일변도였던 시장에 36.5도 저도 위스키를 내세웠다. 2009년 0.1%였던 골든블루 점유율은 지난해 40% 이상으로 늘어났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무알콜 맥주의 경우 기존 시장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성장률은 괄목할만 하다”면서 “저도주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점차 비중을 높여가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