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공사현장 외벽 붕괴사고…6명 연락두절17명 사상자 낸 학동 참사와 같은 원청사 논란재발방지책까지 내놨지만 부실공사와 안전불감증 제기
  • ▲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가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연합뉴스
    ▲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가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참사의 참혹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같은 건설사가 광주에서 붕괴사고를 냈다. 사고 피해 현황과 원인을 파악중이지만 부실공사와 안전불감증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12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3시45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내 건물 1개동 23~34층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작업자 3명이 자력 대피하고 3명이 구조됐지만 6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또 건축잔해에 주변 주정차차량 10여대가 깔렸다. 설상가상으로 무너진 잔해가 전신주를 덮치면서 이 일대 전기공급이 한동안 차단돼 인근주민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HDC현산은 사고직후 곧바로 유병규·하원기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포함한 본사 임직원을 현장으로 급파해 현장 수습과 원인 파악에 나섰다.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인뒤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유 대표는 12일 오전 화정동 사고현장에서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을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현재는 실종자 수색과 구조가 급선무로 소방본부와 국토교통부, 광주광역시 및 서구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실종자 수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공사현장에서는 수개월 전부터 상층부 합판이 떨어지고 공사장에서 빠져나오던 대형 화물차에 행인이 치일뻔 하는 등 안전사고 위험성이 늘 도사리고 있었고 관련 주민민원도 끊이질 않았다고 전해진다.

    또 이날 사고 현장에서는 영하권에 눈이 내리는 악천후속에서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안전상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 참사가 일어난지 7개월만에 똑같은 업체가 사고를 낸 것에 대해 여론의 비난도 거세다. 

    당시 경찰수사 결과 건물 해체 과정에서 수평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공사가 붕괴 원인으로 밝혀졌고 이면에 숨어 있던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과 재개발사업 비리도 그 실체를 드러냈다.

    참사 관련 직·간접적 책임이 드러난 형사 입건자는 3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붕괴사고의 직접 책임이 확인된 원청·하청 2곳(한솔·다원이앤씨)의 현장소장, 굴착기 기사(백솔 대표), 감리자 등 5명은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이들 9명 가운데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모두 하도급업체 관리자나 재하도급업체 대표였다. 원청인 HDC현산측의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한 셈이다.

    무엇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직접 광주 현장을 직접 찾아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사과하며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약속한 바 있다. 사고 발생 원인과 위험 통제 모니터링을 하나로 연결한 스마트 안전보건 시스템을 도입키로 하는 등의 안전관리 강화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또다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회사의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은 정부가 광주 재개발 현장 붕괴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한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이어서 법안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 역시 생명과 안전보다는 현대산업개발의 이윤 창출과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관계기관의 안전불감증에서 빚어진 제2의 학동참사"라며 "학동 참사에서 보았듯이 현장 책임이 가장 크고 무거운 현대산업개발은 빠져나갔다"고 통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