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회의 취소 물가회의 집중…배추·쇠고기가 상승 대응커피·치약 등 식음료·생활용품 인상 러시…서민부담 가중작년 수입물가 17.6%↑·수출물가 14.3%↑…13년만 최고
  • ▲ 물가 비상.ⓒ연합뉴스
    ▲ 물가 비상.ⓒ연합뉴스
    정부가 설을 앞두고 물가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수입물가가 13년만에 최대로 뛴데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거세지면서 시장에서 서민 체감도가 높은 식음료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 러시가 이뤄지고 있어 물가 안정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14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내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금요일마다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면서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와 정책회의, 한국판뉴딜 점검회의를 함께 개최해왔다. 원래 이번 주도 4개 회의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설을 앞두고 물가 대응이 시급하다고 보고 나머지 회의는 취소했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의 가격동향을 점검하는 데 시간을 더 쏟기로 한 것이다.

    이 차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82년 6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7.0%를 기록했고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물가가 2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5.8%)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우리도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3.7%를 기록한 데 이어 통상 1월은 연초 가격인상으로 더 오르는 경향이 있고 특히 2월 초 설을 앞두고 있어 물가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정부는 앞서 '설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지난 10일부터 16가지 성수품을 역대 최고 수준인 20만4000t 공급하고 있다. 지난 12일 현재 정부 비축물량 방출 등을 통해 4만4199t을 공급, 계획 대비 135%를 초과 달성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0대 성수품의 경우 사과·배·밤·대추·닭고기 가격은 지난해보다 10%쯤 낮은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풍년을 맞아 생산량이 증가한 쌀, 산지 재고량이 풍부한 사과·배 등 과일은 가격이 1년 전보다 내렸다.

    반면 지난해 늦장마로 수확기 피해를 본 대추·도라지 등 임산물과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산으로 가정 내 수요가 증가한 쇠고기·돼지고기·달걀 등은 값이 올랐다. 농식품부는 가격이 오른 품목도 상승 폭은 10% 이내로 제한적이어서 설을 3주쯤 앞둔 시점에서 성수품 수급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가격이 지난해보다 껑충 뛴 품목도 눈에 띈다. 배추가 대표적이다. 재배면적 감소로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대가 평년보다 25%쯤 높게 형성된 상황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 배추 비축물량 3000t을 방출해 추가적인 가격 급등을 막을 방침이다. 돼지고기·쇠고기도 공급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오는 24~29일 한우 암소는 마리당 15만원, 돼지는 2만원씩 도축수수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 차관은 "배추와 쇠고기·돼지고기 등 주요 성수품 가격이 아직 높은 수준이나 집중적인 공급과 도축수수료 지원 등을 통해 설 전까지 가격 하락을 유도할 계획"이라며 "한파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 위험요인이 여전한 만큼 경계감을 갖고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상황발생 즉시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 ▲ 장바구니 부담.ⓒ뉴데일리DB
    ▲ 장바구니 부담.ⓒ뉴데일리DB
    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물가는 연초부터 계속 꿈틀대는 모습이다. 버거킹은 지난 7일부터 버거류 포함 33개 제품 가격을 평균 2.9% 올렸다. 대표 메뉴인 와퍼(단품)는 6100원에서 6400원으로 올랐다. 앞서 롯데리아도 지난달 원자잿값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제품가격을 평균 4.1% 인상했다.

    커피값도 뛰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13일부터 46종의 음료 가격을 100~400원 올렸다.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은 7년6개월 만이다. 동서식품도 14일부터 커피 제품 가격을 평균 7.3% 인상했다. 우유도 지난해 서울우유를 시작으로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이 가격을 4~5%쯤 올리면서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했다.

    치약·샴푸 등 생활용품 가격도 올라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새해 들어 치약과 세제, 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 36개 제품의 편의점 납품가를 인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달 서울·경기지역에서 39개 생필품과 가공식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64%인 25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밀가루(8.3%), 간장(4.2%), 생리대(3.9%), 콜라(3.3%), 세탁세제(2.9%)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설상가상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외생변수도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100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물가지수 평균값은 117.46으로, 전년(99.85)보다 17.6% 상승했다. 수출물가지수 평균값은 94.74에서 108.29로 1년 새 14.3% 올랐다. 이는 세계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수입물가 36.2%·수출물가 21.8%)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출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당분간 국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14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열린 제2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14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열린 제2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