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외국인 건보 피부양자 먹튀 방지” VS 李 “혐오 정치에 극우포퓰리즘”국회 계류 중인 건보법 개정안과 동일 맥락인데… ‘숟가락’ 표현이 불 지폈나2019년 7월 의무가입 이후 변화한 재정수지… 그래도 악용사례는 근절이 원칙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외국인 건강보험과 관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피부양자 조건 강화, 부정수급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히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강력하게 반박하면서 느닷없이 대선정국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소위 ‘외국인 건보 먹튀’ 논란은 과거부터 존재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시행됐다.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닌데도 여야의 갈등은 자국민 건강보험 보장이 아니라 외국인 영역에서 터졌다. 

    ◆ 외국인 건강보험이 일으킨 형평성 문제 

    애초에 외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는 재정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내국인-외국인 갈라치기의 문제가 아니라 자국민이 피해를 보는 형평성과 역차별의 문제다. 

    지난 1999년 건강보험법 제정 당시에 외국인은 본인 신청에 따라 자격을 획득했다. 이후 사업장에 임용이나 채용된 외국인은 건강보험 가입자가 돼 내국인과 같은 혜택을 받게 했다.

    입국일부터 3개월이 경과한 경우나 유학, 결혼 등의 이유로 3개월 이상 거주해도 지역가입자(임의가입)로 자격취득이 가능했다. 국내 소득과 재산이 없거나 파악하기 어려워 건보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내는 문제가 있었다.

    2010년대로 들어서자 중국인을 중심으로 국내에 3개월만 체류해 건강보험에 가입한 뒤 고가의 진료를 받고 출국하는 먹튀 현상이 유행처럼 번졌다. 신분증을 도용한 부정수급 문제도 만만치 않게 발생했다. 이 같은 건보재정 누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됐다.  

    이에 정부는 2019년 7월부터 외국인은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 시 건강보험 의무가입으로 제도를 손질했다.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로 불거진 건강보험 먹튀를 억제하고 건보료 추가 수입의 통로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보험료에 차등을 두지 않고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험료를 준용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중국인이 주로 모여 있는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등을 관할하는 ‘서울외국인민원센터’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 피부양자 과잉 혜택… ‘숟가락’ 발언 논란 

    가입자 기준은 정비됐지만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를 악용한 먹튀 사례가 포착됐다. 현행법상 외국인 가입자는 한국에서 6개월 이상 거주 등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피부양자는 거주기간과 관계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9월까지 진료받은 외국인은 총 455만9000명이다. 이 중 최고 급여자는 32억9501만원 진료를 받아 29억6301만원을 받은 중국인 피부양자로 나타났다.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 상위 10명 중 절반 이상이 피부양자로 기록됐고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윤석열 후보의 공약 취지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정당하게 건보료를 내는 외국인에 불합리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피부양자의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명의 도용을 막는 등의 국민 법감정에 맞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SNS를 통해 공약을 내놨다. 

    공약과 동일한 맥락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해 1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고 국회에 계류 중이다. 6개월 이상 국내에서 체류한 외국인에 한해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과 동일한 맥락인데도 논란이 증폭된 주요 이유는 윤 후보의 글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다”라는 표현이 담겼고, 외국인 중에서 ‘중국인’을 특정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의 비판적 시각을 꺼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 5천억=내국인 ‘득’?… 의무가입 시행 전엔 적자

    이재명 후보는 외국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 개편과 일부 표현을 두고 ‘혐오정치’로 규정해 대응했다. 

    이 후보는 본인의 SNS에 “외국인이 의료보험에 편승한다고 하지만 사실 외국인 의료보험은 연간 5천억원 이상 흑자 즉, 오히려 내국인이 득보고 있다”며 “외국인 혐오 조장으로 득표하는 극우포퓰리즘은 나라와 국민에 유해하다. 나치의 말로를 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의무가입 시행 전인 3년 전만 하더라도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적자였고 전체 건강보험 급여 혜택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높았다는 통계가 공개됐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8년 이전 3년 간 외국인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건강보험재정 수지는 매년 적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부과보험료 대비 공단부담금’을 나타내는 공단부담률의 경우 내국인 지역가입자는 1인당 54만원을 납부해 약 104만원의 급여혜택을 받은 반면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1인당 31만원을 납부하고 102만원의 급여혜택을 받았다. 

    내국인이 1.9배 혜택을 받을 때 외국인은 3배 이상의 혜택을 받았다는 의미다.

    특히 전체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흑자인 이유도 정상적인 건보료 납부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직장가입자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2018년부터 건강보험공단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통합 수지로 관리해 결과적으로 직장가입자 외국인이 손해보는 구조”라며 “외국인 건강보험재정도 직장가입자인 외국인이 흑자로 만들어 놓고 지역가입자 외국인이 갉아먹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외국인 건강보험제도의 핵심은 일부 외국인이 피부양자를 8∼9명씩을 무더기로 등록하거나 지역가입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일궈온 건강보험을 다수의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개선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