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bhc 계약해지 원인인정" 주장 대체로 거짓bhc "물류용역대금 소송 승소" 주장도 과장 양사 다 '판결 왜곡'하며 이겼다 주장
  • 최근 치킨업계 앙숙인 bhc와 BBQ의 갈등 두고 웃지 못 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양사의 물류용역 관련 손해배상소송 판결에 대해 서로 이겼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간 소송이 빚어지는 사례는 적지 않지만 같은 판결을 두고 저마다 승리를 선언한 경우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들의 승리 선언은 어디까지가 사실에 부합할까. 판결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11일 bhc와 BBQ는 각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물류용역계약해지 손배소송에서 '저마다 승소'를 주장하고 있다. bhc는 BBQ의 물류용역대금 손배소송에서 179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고 주장하는 반면, BBQ는 청구액 대부분이 기각됐다는 이유로 ‘완전한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 소송의 시작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BQ는 자회사인 bhc를 미국 펀드에 판매하면서 10년간 물류용역 및 식재료를 공급하게 해주겠다는 계약을 조건으로 물류센터를 함께 매각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4월 BBQ는 돌연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bhc에 물류 공급을 받다보니 영업비밀이 새어 나간다는 이유에서다. 

    직후 bhc는 BBQ에 239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5년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46부는 이번 소송과 관련 BBQ와 계열사들이 bhc에 물류용역대금으로 총 33억7000여만원, 손해배상금으로 99억7000여만원 등 총 133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지연손해금 46억원을 포함하면 총 금액은 179억원 규모다. 

    ◆ BBQ “완전 승리” 선언… 대체로 ‘거짓’

    이를 두고 BBQ 측은 “완전한 승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손해배상 청구액 2400억원 중 4%만 인정됐다는 주장이다. 

    BBQ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bhc의 계약의무 미 이행 및 배신적 행위들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대폭 감액하였다는 점을 보면, bhc 역시 계약해지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로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BBQ의 주장은 일부 왜곡이 있다. 

    bhc의 청구금액이 대폭 감액된 것은 재판 과정의 감정평가 결과에 따른 것이다. 감정평가 결과 해당 청구금액이 123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여기에 재판부는 손해를 해당 기간 매출이 아닌 이익률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물류용역계약의 해지로 인해 원고(bhc)가 입은 손해는 상실한 이익, 즉 물류공급계약을 이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윤상당액으로 보아야한다”며 “물류용역계약에서 영업이익률 15.7%를 보장하기로 했음으로 원고의 손해는 추정 물류용역대금의 15.7%라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BBQ의 주장처럼 ‘계약해지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로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표현은 판결문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BBQ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해지통고 당시 신뢰관계 파괴의 근거로 삼았던 사유들은 사실관계가 인정되지 않거나 신뢰관계를 파괴할 사유에 해당되지 않음으로 해지의사표시는 부적법하다”며 “피고들(BBQ 및 관계사)이 물류용역계약에 따른 이행을 거절하고 원고(bhc)에 해지통고를 함으로써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 bhc “모두 승소” 선언… 일부 ‘과장’

    그렇다고 bhc가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고 하는 것도 과장이다. 

    bhc 측은 “이번 판결로 bhc는 지난해 1월 ‘상품공급대금’ 소송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데 이어 ‘물류용역대금’ 소송에서도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 그동안 BBQ측의 부당한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bhc가 청구한 2400억원 중 133억5000만원만 인정 받았다는 점에서 ‘일부 승소’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실제 bhc는 BBQ와 물류용역 계약기간을 10년 보장에 1회에 한해 5년간 연장될 수 있도록 한만큼 15년을 피해기간으로 해야한다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보장된 계약기간 10년에 대한 피해만 인정했다. 특히 피해규모도 이익률로 적용해야한다 판단했다는 점에서 bhc의 청구금액이 과도했다는 BBQ의 지적도 유효하다.

    재판부가 패소한 BBQ에게 bhc의 소송비용 10%를 부담하도록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완전 승소의 경우 피고가 원고의 소송비 일체를 부담해야 하지만 일부라도 패소할 경우에는 패소 비율과 소송경과에 따라 재판부가 소송비용부담비율을 정한다. 그만큼 bhc가 청구한 소송금액과 판결금액의 괴리가 크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 '승소'보다 '승리' 타이틀이 필요했나

    양사가 판결을 입맛대로 해석하며 저마다 승리를 주장한 배경에는 bhc와 BBQ의 수년간 이어진 갈등이 있다. 이 외에도 두 회사는 각종 민·형사상 법정공방을 주고받는 관계다. 여기에 쌓인 감정의 골은  판결로 얻어낼 수 있는 실익과는 전혀 무관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얼마의 손해를 보더라도 질 수 없다는 감정적인 단계에 들어섰다는 이야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승리를 선언한다고 판결이나 항소심에서 유리할 것은 전혀 없다”며 “그럼에도 이처럼 저마다 이겼다고 주장하는 것은 꼭 이기고 말겠다는 각사 오너의 심기와 내부 구성원, 가맹점주 등을 고려한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