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본, ‘6인-밤10시’ 방역 완화… 내일부터 내달 13일까지 적용위중증·사망자 지표 악화, 전국 요양원-요양병원 등 감염 확산 ‘심각’ 전문가 의견 ‘묵살’ 현주소… 확진 규모 커질수록 의료대응 여력 결여
  • ▲ ⓒ강민석 기자
    ▲ ⓒ강민석 기자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인해 일일 신규 확진자가 11만명에 육박했는데 정부는 거리두기 완화를 결정했다. 이미 ‘자가검사-재택치료’로 이어지는 느슨한 의료 대응이 이뤄지는 가운데 폭발적 확산을 억제할 수 있을지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를 10만98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인 지난 11일(5만3920명)보다는 2배, 2주 전인 4일(2만7437명)보다는 4배 늘어난 수치로 ‘더블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준 사망자는 45명, 위중증 환자는 385명으로 집계됐다.

    급격한 확진자 증가세로 병상 가동률도 올라가고 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코로나19 중증병상 가동률은 29.4%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 1500~2000명의 위중증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의료대응 여력이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의 확산속도와 견주어 수월한 대응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전국 중환자 병상은 약 8300개인데 4분의 1이 코로나19 중환자로 차면 다른 환자를 돌볼 수 없어 사실상 의료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다수 감염병 전문가들은 “확진 규모를 줄어야 의료붕괴를 막을 수 있다”며 “위중증 비율이 델타보다 낮은 오미크론 감염이라도 고위험군 감염이 증가하면 중증 병상 이송이 많아져 의료체계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 전문가 의견 ‘묵살’, 감염취약 노인시설 ‘위태’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현행 기준 대비 ‘방역 완화’를 선택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적모임 6인 제한은 유지하되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밤10시로 한 시간 더 허용했다. 전자출입명부 의무 적용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문제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의견이 묵살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건강권과 직결된 행정적 결정에 앞서 견고한 대책이 마련되려면 관련 분야 교수들의 의견을 우선순위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역행하는 모양새다. 

    결국 코로나19 일상회복위원회 자문위원이었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리를 내려놓았다. 

    이 교수는 “이미 현장은 지옥이다. 최소한 정점은 찍고 나서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해 줬으면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요양원, 요양병원, 정신의료기관 등 어디 하나 빼지 않고 종사자와 환자에서의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 확진자 규모가 더 커지게 되면 의료기관부터 축소 진료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방역 정책의 설계에서 전문가 의견이 배제되는 것이 K방역의 현실”이라며 “정무적 판단에 의한 결정이 더 이상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선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이번 거리두기 결정에 반대하는 이유는 정부가 감염취약시설로 구분된 곳에서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감염 확산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확진자 대응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강원도 거주 60대 A씨는 “모친이 요양원에 입소 중이셨는데 갑자기 사망하셨다. 사망 후 PCR 검사를 해보니 양성이 나왔고 뒤늦게 코로나 확진임을 알게 됐다”고 울분을 통했다. 

    그는 “정부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도 코로나 관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어디서 어떻게 감염이 됐는지조차 알 길이 없고 선택권 없이 화장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 거주 50대 B씨는 “혈관성 치매를 앓고 있는 부친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했는데 알아보는 곳 마다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입원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방역을 완화할 것이 아니라 전국 노인시설 감염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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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 부담 ‘개인 전가’, 결국 의료체계 붕괴   

    확진자가 수십만명으로 늘면 자연히 위중증 환자도 늘어난다. 무너진 방역지표에 결국 의료체계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견고한 대책이 없으면 부수적 피해도 급증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미 지난해 말 전국 응급실이 포화돼 코로나19 외 타 중증질환자의 응급의료가 멈췄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3T(검사, 추적, 치료)를 사실상 포기했고 자가진단과 재택치료로 전환했다. 여기에 방역 조치까지 완화했으며, 그 부담은 모두 개인들에게 떠넘겨졌다.

    이날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의료시민단체들은 “방역이 완화되면 의료현장은 다시 직격탄을 맞아야 하고 그 피해는 의료기관 노동자들과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며 “오미크론 확산을 방치할 게 아니라 견고한 대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오미크론의 위험이 결코 델타보다 낮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적절한 거리두기와 방역을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국민들은 생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재정을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