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 '알박기 인사' 논란에 인수위-청와대 갈등 文정부 특혜 인사 vs 36년 베테랑 조선 전문가대우조선 내부에선 "시의적절한 적임자"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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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새 수장 박두선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청와대 간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현대중공업과의 인수 합병이 무산된 상황에서 주인 없는 대우조선해양에 때 아닌 '알박기 인사' 논란이 불고 있는 것.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수위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인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장이 대표에 선임된 것에 대해 이른바 ‘알박기 인사’라며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청와대는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는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작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는 독자생존 기로에 선 중대한 시기에 현장을 잘 아는 조선 전문가가 선임돼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결의를 다지는 내부와는 달리 뜬금없이 정치권에서 갈등 양상으로 치닫는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인수위가 박두선 대표 인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배경에는 그가 문재인 대통령 동생인 문재익씨와 한국해양대 해사학부 78학번 동기로, 현 정부 들어 고속 승진을 했다는 점에서다. 2015년 상무 자리에 오른 박 대표는 2018년 1월 문 대통령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은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쇄빙 LNG 운반선에서 사업 현황을 브리핑했다. 그는 두 달 뒤 전무로 승진했고 이듬해 9월 부사장을 거친 뒤 올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박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특혜와는 무관한 베테랑 조선 전문가라는 반론도 있다. 박 대표는 1986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프로젝트운영담당 상무, 선박생산운영담당 상무, 특수선사업본부장 전무 등을 거치며 현장 업무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이름나 있다. 박 대표가 36년을 근무했고 요직을 거치며 전문성이 입증된 만큼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 ▲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 ⓒ대우조선해양
    ▲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 ⓒ대우조선해양
    ◇ 내부에선 시의적절한 적임자 판단…인사 논란 이해불가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 졸업은 했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절반이 넘는 55.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사실상 민간기업도, 공기업도 아닌 모호한 상태로 굴곡을 겪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8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박두선 대표 내정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공식적으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박 대표를 대표로 내정했다.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까지다.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전문가와 교수,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관리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며 주총에서 최종 선임한다. 관리위원회는 독립적으로 회사 상황을 관리감독하는 곳으로,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위원들은 2017년 5월 초 문 대통령 취임 전에 정해져 현재까지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인사 논란은 매각 무산으로 독자생존 기로에 선 대우조선해양 안팎의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내부 결속을 다져 안정화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정치권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는 그동안 영업 출신 2명, 재무 출신 1명, 엔지니어 출신 1명의 대표가 나왔고 최근 현장 출신인 대표가 선임된 것에 대해 시기적절한 인사라며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어 당혹스럽다”며 “신임 대표는 당사에서만 40년 근무한 현장통으로, 내부적으로 신망이 매우 두터운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과 올해 수주가 크게 늘면서 일감이 많은 상황인데, 흑자전환하고 수익성이 좋아지려면 지금 확보한 일감들을 제대로 만들어서 정확한 시점에 인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선 영업통이나 재무통보단 현장을 잘 아는 현장 출신 전문가가 적임자라고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말 기준 3년치의 수주 물량을 확보했으며 지난 2월까지 27억2000만 달러를 수주해 일감이 충분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입장문을 통해 “조선산업 경험이 많고 현장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고 박두선 사장이 지회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반대하지 않았다”며며 “(알박기 논란은) 대우조선 전체를 뿌리째 흔들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4조4866억원, 영업손실 1조7547억원, 당기순손실 1조6998억원으로,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이 2016년 이후 5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