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조선 3사 연봉 가장 낮아2012년 대비 14%가량 연봉 축소…현대 –6.6%, -삼성 3.8%생산·관리·연구직 등 전방위 인력난 우려
  • ▲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 대규모 인력 이동이 이뤄진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 모두 수시로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동종업계 가운데서도 처우나 전망이 상대적으로 나은 현대중공업에 인력이 몰리는 상황이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진행한 현대중공업 경력직 모집에 대한 합격자 발표가 최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모집에는 사무·기술·설계·연구 등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됐으며 채용 인원은 총 240명 규모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소 가운데서도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을 겪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상당수의 인력이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직 원인에는 동종업계 대비 대우조선해양의 낮은 연봉이 결정적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 3사의 신입사원 평균 초봉은 모두 5400만원으로 수준이 같지만 경력직에서는 차이가 나타난다. 

    3사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평균 연봉은 75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현대중공업 7056만원, 대우조선해양이 6800만원 순이다. 

    조선업 불황이 시작된 2014년 이후 조선 3사는 임금 및 복지지원비 삭감, 매년 연말 지급되던 성과급마저 사라지면서 연봉 규모가 줄었다. 

    조선업 활황기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대우조선해양의 평균 연봉은 –14%로 3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 -6.6%, 삼성중공업은 –3.8% 줄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줄어든 연봉에 대한 직원들의 체감하는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내부 관계자는 “같은 직군, 같은 연차더라도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간 임금 차이가 1500만~2000만원까지 난다”며 “오랜 기간 정체된 연봉이 지쳐 저연차 직급뿐 아니라 차장, 부장급도 많이 떠났다. 남아있는 직원들 다수도 최근 현대중공업 경력직 모집에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대우·삼성중공업에서 현대로 150~200명 넘어간다”, “설계·연구소 분야에서 상당수 인원이 넘어갈 것”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에서도 내부 인력 이탈을 우려하며 임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는 “이직을 결정한 직원이 꽤 되는 것으로 안다. 업황 악화로 몇 년째 임금동결, 복지 축소로 이미 인력 이탈이 큰 상황인데 현장직부터 관리직, 연구직 등 다방면으로 인력 공백이 커질 것으로 우려스럽다”며 “인력 유출을 막으려면 고강도 노동에 맞는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동종업계 내 이직이 자칫 인력 빼오기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이 맞는 인력을 공식적으로 채용하는 것”이라며 “타사에서 이동하는 인원 규모는 따로 파악해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조선 3사 모두 업황 악화로 지난해까지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겪었지만 현대중공업은 자금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형편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결합이 무산되면서 당초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할 계획이었던 1조5000억원을 여윳돈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자금은 신사업에 활용하거나 지난해 적자의 원인이 된 통상임금 등 일회성 비용을 여기서 충당할 수도 있다.

    흑자전환 역시 가장 빨리 이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9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하고, 내년에는 8630억원까지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이달 1일 발표한 ‘조선 인력 현황과 양성’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은 2014년 20만3000명에서 지난해 말 9만2000명으로 50% 이상 급감했다. 오는 9월에는 약 9500명의 생산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나왔다.

    이에 따라 최근 수주한 선박이 본격적으로 착공되는 올해 상반기부터 현장의 생산 인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조선 3사도 앞다퉈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경력직 채용을 비롯해 대졸 공개채용에 나섰으며 삼성중공업도 그룹사 차원에서 공채를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연구개발, 설계 등 분야에서 신입·경력 채용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