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감 후 상생안 마련, 택시업계 반발위원회 구성·단체협상 돌입 추가 상생안 마련올해 가맹택시 수수료 개편, 상생기금 조성 ‘화해 제스처’콜 몰아주기, 협력사 택시면허 전환 중단요구 등 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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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택시업계의 불만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업계와 갈등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불공정행위 논란에서 택시면허 전환사업 중단요구 등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는 국정감사 전후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인한 사회적 비난에 시달렸다. 플랫폼의 수익화를 위해 택시 유료 호출 서비스 등 요금 인상안을 내놓은 것이 문제가 됐다. 해당 서비스는 비가맹 택시 기사 콜 확인을 위한 우선 배차 패키지 유료 멤버십인 ‘프로멤버십’과 승객에게 배차 성공률이 높은 택시를 매칭해주는 유료 서비스 ‘스마트호출’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 가맹사업자와 협의체 구성, 프로멤버십 요금 인하 및 스마트호출 서비스 폐지를 골자로 하는 상생안을 내놨다. 카카오 공동체 차원에서 추진 중인 5년간 3000억원 규모 파트너 상생 기금 마련에도 나섰다.

    택시 단체는 카카오의 상생안을 거부했다. 택시 4개 단체는 성명문을 통해 “카카오가 국회에 제출한 상생안은 종전 상생안을 재탕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지적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해결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카카오 가맹 택시와 일반 택시 간 불공정 배차문제의 해결을 촉구함과 동시에 프로멤버십 폐지, 가맹 수수료 시정 등을 요구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 최고경영자 직속 상생협력자문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하는 추가 상생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추가 상생안에는 ▲CEO 직속 상생협력자문위원회 설치 ▲가맹택시 관련 협의체 구성 ▲배차 알고리즘 공개 등 내용이 포함됐다.

    택시 단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내놓은 추가 상생안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생안은 택시기사들과 협의도 없는 일방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택시 단체는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며 “불공정행위와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상생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추가 상생안 내용에 대해 착실히 이행 중이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상생자문위원회와 투명성위원회는 3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가맹택시 협의회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취소 수수료 배분 정책을 개편하는 한편, 홈페이지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한 배차 시스템 동작 원리를 공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 7주년을 맞아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간담회를 통해 택시업계와 협력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개인택시업계 사업자 이익을 위한 상생체계 구축 ▲의사결정권자 협의 테이블 구성 합의 ▲향후 5년간 500억원 규모 상생기금 조성 등이 포함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생안 이행에 따라 택시업계의 갈등이 일단락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상생 노력이 쟁점을 비껴갔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서울시의 카카오 택시 승객 골라태우기, 콜 몰아주기 의혹 조사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를 통한 자사 우대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배차 알고리즘에 대한 의혹이 풀리지 않자 택시업계와 공동으로 플랫폼 택시 실태조사를 정례화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배차 시스템 동작 원리도 콜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영업 기밀로 여기는 알고리즘의 공개 목적은 의혹에 대한 해명이지만 콜 몰아주기에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쟁점인 부분에 대해서는 ‘실제 배차 시스템에 적용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다’는 식으로 기술해 의혹만 증폭시켰다.

    택시 단체는 카카오모빌리티에 택시면허 전환사업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도 냈다. 서울개인택시조합과 카카오모빌리티 협력사 블랙핀이 법인택시 면허를 개인택시 면허로 전환하는 사업에 대해서다. 일각에서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직영택시 회사를 처분하기 위한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로 화살이 돌아간 이유는 사업 주체가 블랙핀과 서울개인택시조합이지만, 블랙핀은 카카오모빌리티 수도권 가맹본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카오모빌리티는 3월 서울개인택시조합과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택시 단체에 따르면 직영택시 면허 위탁사업이 업무협약에 포함됐으며, 택시면허 전환사업과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상생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택시업계는 업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접근과 해결 방식이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콜 몰아주기 의혹 등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본질적인 조치가 필요하고, 가맹사업자들 위주의 반쪽 상생협의회로는 갈등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