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올 韓성장률 2.5%로 낮추고… 물가 4.0%로 올려러-우전쟁·中성장 둔화 위험요인… 생산자물가 석달째↑이창용 "금리인상 기조 유지"… 30兆 추경 '돈풀기' 논란
  • ▲ 윤석열 당선인 후보시절 유세모습.ⓒ정상윤 기자
    ▲ 윤석열 당선인 후보시절 유세모습.ⓒ정상윤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낮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려잡았다. 저성장·고물가가 현실화하면서 다음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내외 불안요인들이 뒤섞인 가운데 'Y노믹스'(윤석열 정부 경제정책)가 출범 직후부터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IMF는 지난 1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제성장률을 2.5%로 낮췄다. 이는 올 1월 전망치(3.0%)보다 0.5%포인트(p) 낮춰잡은 것이다. 지난 2월 이후 전망치를 내놨던 한국은행(3.0%)·투자은행(IB) 평균(3.0%)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2.7%)·무디스(2.7%) 전망보다 낮은 수준이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에서 제시한 3.1%보다 0.9%p나 올려잡았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도 3.6%로 수정했다. 종전 전망치(4.4%)보다 0.8%p 내렸다. 1월에 0.5%p 하향조정한 지 3개월 만에 다시 더 큰 폭으로 낮춰잡은 것. 이는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으로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허장 IMF 상임이사는 1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동행 취재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IMF 외 다른 기관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내릴 수 있다"며 이유에 대해 "해외의존도가 높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 ▲ 고유가.ⓒ뉴데일리DB
    ▲ 고유가.ⓒ뉴데일리DB
    문제는 당장 대내외적 여건이 극적으로 반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IMF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악화와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전쟁 악화로 공급망 훼손, 물가상승 등 직접효과 뿐만 아니라 러시아 채무 불이행에 따른 대차대조표 위험 등 간접효과도 확대할 수 있다며 최악에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까지 추락하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일각에선 러-우 전쟁이 종식돼도 교란된 공급망이 정상화할 때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 둔화도 한국경제의 그늘이다. IMF가 전망한 올해 중국의 성장률은 4.4%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0.4% 낮다. 지난달 열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 당국이 제시한 올 성장 목표 '5.5% 안팎'에도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25.3%로 1위였다.

    물가도 계속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잠정 생산자물가지수(2015년=100)는 116.46으로, 전월(114.95)보다 1.3% 높아졌다. 3개월 연속 상승세다. 2017년 1월(1.5%) 이후 5년2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8% 높은 수준이다. 16개월째 오름세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 ▲ 추경.ⓒ연합뉴스
    ▲ 추경.ⓒ연합뉴스
    다음 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이런 난제들을 끌어안고 출발한다. 출범하자마자 'Y노믹스'가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윤 정부의 초대 내각이 소위 '경제통'을 중심으로 짜진 것도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 설상가상 국회의 여소야대 정국도 사사건건 Y노믹스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적잖은 실정이다.

    첫 시험대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는 지난 20일 열린 14차 회의(민생경제분과 5차 회의)에서 "소상공인의 손실을 온전히 보상할 수 있는 '패키지 지원 방안'을 다음 주까지 확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관건은 재원 확보다. 윤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추가 방역지원금 규모로 최대 600만원을 약속한 바 있다. 올해 초 방역지원금을 지급한 소상공인 320만명에게 600만원을 더 지급하려면 19조2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전망이다. 여기에 소상공인 채무와 세금 부담완화 방안까지 담아내려면 소요 예산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이 공약했던 '50조원 추경'에 이미 집행 중인 1차 추경(16조9000억원)을 포함해도 추가 편성할 추경 규모가 30조원대에 달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물가가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수십조원대 돈 풀기가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다고 추경 규모를 축소하면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이 대선공약을 어겼다며 정치공세를 펼 공산이 크다. 30조원대 추경을 편성한다 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을 고려할 때 적자국채를 어느 정도 규모로 발행할지도 고민거리다.

    고물가와 미국의 예상보다 빠른 통화 긴축정책과 맞물려 금리 인상 속도를 어떻게 가져갈지도 발등의 불이다. 일단 이날 임명장을 받는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려 고물가에 대응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 계속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 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올라가고 있다. 인기는 없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그널(신호)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게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0.25%p 이상 기준금리를 올리는 '빅 스텝' 가능성에 대해 "아직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빨리 올라갈지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뒀다.

    일각에선 최근 물가 상승을 두고 수요보다는 전쟁과 공급망 차질 등 공급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성격이 강한 만큼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를 잡기보다는 자칫 경기 하강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1차 추경 편성 때도 금리 인상 시기에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푸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통화·재정 정책 엇박자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차기 정부가 통화당국과 어떻게 보조를 맞춰갈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