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조선 후판 가격 톤당 10만원 인상 유력조선업 특성상 원가상승분 후반영 어려워후판가 인상, 조선업 실적 턴어라운드 시기 늦출까 우려
  • ▲ 조선소 선박 용접 작업 모습. ⓒ연합뉴스
    ▲ 조선소 선박 용접 작업 모습. ⓒ연합뉴스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와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이달 내 조선용 후판(두께 6mm 이상의 철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업계는 매년 상·하반기 두 번씩 후판 가격을 협상한다. 통상 3월 말에서 4월 초에 협상이 이뤄지는데, 올해는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면서 좀처럼 후판 가격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말 80~90달러선으로 안정화를 보이다가 올해 초부터 급격히 올라 이달 15일 기준 톤당 152달러까지 치솟았다.
  • ▲ 2021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국제 철광석 가격 추이. ⓒ한국자원정보서비스
    ▲ 2021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국제 철광석 가격 추이.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도 조선업계가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지난해 상·하반기 모두 후판 가격이 올라 원가 부담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후판 가격은 조선업계 수익성과 직결돼 있다. 후판 가격은 선박 건조 비용에서 20% 수준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후판가격은 톤당 1만원만 올라도 초대형컨테이너선의 경우 약 5억원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지난해 조선 3사에 대규모 적자를 안겼던 후판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사손실충당금 반영이 올해도 재현될 가능성도 커졌다. 공사손실충당금은 기업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회계장부에 선(先)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조선 3사는 후판 가격 인상으로 한국조선해양은 8960억원, 대우조선해양 8300억원, 삼성중공업 372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하면서 수주 호황에도 불구,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번에도 후판가 인상분을 충당금으로 반영하게 된다면 조선 3사의 올해 실적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김용민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후판 가격이 인상될 경우 조선사는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면서 “조선사들의 적자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선가가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는 점은 조선업계에 긍정적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신조선가지수는 156.17포인트로, 16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선가가 올랐다는 의미다. 특히 국내 조선 3사의 주력 선종인 LNG선은 2억2000만 달러롤 기록해 2년 전에 비해 17%가량 뛰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선가가 오르더라도 원자재 가격이 그만큼 오르면 수익성 개선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과거 수주한 일감에 원자재 인상분을 추후 반영하기 어려운 조선업계 특성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초기 선수금을 적게 받고 선박 후반기나 인도 시점에 대금을 몰아서 받는 ‘헤비테일’ 방식이 보편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가격이 올랐다고 과거 수주 물량에 인상분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올해는 흑자전환으로 가는 중요한 시점인데, 원자재 인상으로 인해 실적 턴어라운드에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