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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역전 감내해야… 0.5%p 이상 추종할 필요 없어"

이자부담 급증→소비 위축→경기침체 가속화자금유출 우려 크지 않아… 속도조절 필요가계대출에 가린 기업대출 직격탄 우려

입력 2022-05-11 15:36 | 수정 2022-05-11 15:56

▲ 파월 미 연준 의장ⓒ연합뉴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통화당국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기간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지더라도 경제주체들이 금리인상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1일 '미국 금융긴축 전개와 금리정책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계속되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담도 상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속적인 금리상승이 초래할 가계의 이자부담 급증은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가속화함으로써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 금융지원을 받는 가계대출에 비해 기업부채 문제가 간과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2020년 1분기~ 2021년 4분기 동안 법인기업 예금은행 대출 잔액은 평균 2.44% 늘었는데 이는 가계대출 평균증가율 1.95%보다 높다.

법인기업대출 연체율은 가계대출에 비해 대출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대출금리 상승 시 기업대출 연체율이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더 크게 증가해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실제로 2006년 1분기~2021년 4분기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분석을 한 결과 기업대출금리 1%p 상승 시 기업대출 연체율은 약 0.2%p 증가하는데 비해 가계대출 연체율은 가계대출금리 1%p 상승시 약 0.1%p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 법인기업 대출증가율과 가계 대출증가율ⓒ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를 작성한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금리상승 부담을 얘기할 때 가계부채를 주로 이야기하지만 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은 기업부문이 더 클 수 있다"며 "금리상승에 따른 건전성 저하는 기업대출 부실화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특히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미국의 빅스텝(big step)과 같은 0.5%p 이상의 인상폭을 추종할 필요는 없다고 제언했다. 가계 및 기업의 소비·투자 위축, 금융건전성 저하 등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상황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 시 급격한 자금유출로 자본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과거 경험을 볼 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2007년 6월부터 외국인 자금유출이 급증했지만, 한·미 정책금리 역전 규모는 오히려 축소되는 시기였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미국이 5월에 이어 6월과 7월 연속적인 빅스텝을 밟는다 하더라도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장에 양적긴축을 충분히 예고함으로써 시장금리에 이미 반영돼 추가 금리인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연준은 2017년 10월 ~ 2019년 7월 동안 양적긴축을 추진하여 연준 자산규모를 14.8%(약 6589억 달러 규모) 정도 축소하고서도 국채2년물 금리는 0.29%p 상승, 국채10년물 금리는 오히려 0.30%p 하락하는 등 금리인상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 바도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연준이사들도 양적완화와 양적긴축 간에는 비대칭적 효과가 존재한다라고 분석한 적이 있다"며 "과거 실패사례처럼 이미 시장금리에 양적긴축 정보가 선반영되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경기침체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된다면 양적긴축을 장기간 지속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종현 기자 ajh@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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