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조항 삭제에도 논의점 찾기 어려워… 날치기 통과 ‘후폭풍’국회 통과시 의사-간무사·제정 불발시 간호사-노조 파업 예고 법안소위 통과가 명분, 압박수위 올라가는 각 단체의 움직임
  • ▲ 지난 15일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 규탄 전국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국회 앞까지 가두시위를 진행했다. ⓒ대한의사협회
    ▲ 지난 15일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 규탄 전국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국회 앞까지 가두시위를 진행했다. ⓒ대한의사협회
    전임 정부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간호법 제정안이 긴급 상정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며 ‘날치기’ 논란이 커졌다. 이를 원인으로 새정부 초기 의사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워낙에 조율점을 찾기 힘든 영역으로 규정돼 국회가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는데 속도를 내면 의사들의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만약 간호법 논의가 멈춘다면 간호계는 숙원과제가 좌절에 따른 반발이 예상된다.

    ◆ 독소조항 삭제돼도 합의점 도출은 불가 

    애초에 간호법의 논란이 된 이유는 간호사의 업무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규정한 데 있다. 

    이 지점에서 의사들이 반발했고 결국 현행 의료법과 같이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수정돼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간호법을 기존 의료법보다 우선 적용한다는 규정도 삭제됐고 간호법 적용 대상에서 요양보호사·조산사도 제외됐다.

    그러나 의료계는 간호법의 독소조항 삭제가 아니라 법안 자체의 원천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지점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여야 합의로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을 조정하고 제외했다고 하지만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무리하게 간호사에게 권한을 부여하려는 변칙적 시도가 계속될 수 있기에, 끝까지 저지해 폐기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의료인이 유기적 협조체계를 통해 국민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도모하는 현행 시스템에 균열을 초래해 자칫 의료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간호법을 만들면 앞으로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관에서 종사하는 다양한 직역이 독자적 법체계를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는 우려도 커진다. 

    결국 의료계는 간호법과 관련한 대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국회 절차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 의사-간무사·간호사-노조 연대 총파업 시사  

    의협은 전날 전국 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열어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 당시 이 회장은 “우리의 이 같은 강경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간호법을 최종 통과시킨다면, 14만 의사의 총궐기는 불가피함을 재차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역시 “악법 제정의 절차가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간호법 반대는 간호조무사도 노선을 함께 하고 있다. 만약 의사들이 간호법 제정과 관련해 파업을 결정한다면 동참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역시 간호인력인데도 간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법 제정 시 오히려 처우가 악화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연대 파업한다면 그 여파가 매우 크다. 현재 1차 의료기관 간호인력 비중에서 간호조무사가 85%를 차지하고 있어 일차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의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이 된다. 

    반면 간호법 제정이 멈춘다면 간호사와 의료노조와의 연대 파업이 예상된다. 

    대한간호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2일 공동 결의대회를 열고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한 간호법 제정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제한(12명)▲의대 정원 확대와 업무 범위 명확화를 통한 불법진료 근절 등 3대 요구안을 정부와 국회에 제시했다.

    조속한 시일 내 간호법 제정이라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전국적인 의료기관 파업에 동참하겠다며 압박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신경림 간호협회 회장은 “여야가 합의한 간호법 조정안을 두고 의사단체와 간호조무사단체는 간호법의 법안소위 통과가 논의 없이 이뤄진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란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며 비판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간호사 양성과 체계적인 배치, 간호사 1인당 환자수 제도화 등 정비가 시급하다”며 “이미 수년째 계속된 문제이지만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처럼 간호법 논란은 어디로 향하든 연대 총파업으로 전이돼 국내 보건의료체계를 갉아먹는 형태로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날 이뤄진 날치기 법안소위 통과가 직역갈등을 극단으로 치닫게 했고 각 직역의 연대 총파업의 명분을 만들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