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롯데택배 기사, 주 70시간 이상 근무 롯데택배 기사 50%, 분류작업 참여노조 "일부 대리점, 본사의 분류 인력 지원비 따로 챙겨"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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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택배 노사의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 노동 환경 조건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서는 과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소속 택배기사가 월 5000개 넘는 택배를 배달하다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에 대해 근무시간을 세부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20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롯데택배 성남 창곡대리점 소속 택배기사인 40대 김모 씨가 지난 8일 집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밝히면서 과로 논란을 제기했다. 이 노동자는 일주일에 70시간 넘게 근무한 걸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롯데택배 측은 “김모 기사의 사고 직전 12주 평균 작업시간은 전산기록 기준으로 주당 약 60.5시간으로, 노조가 주장하는 평균 노동과는 다르다”며 “사회적합의안에 따라 분류인력을 충실히 투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부터 택배업계는 매년 반복되는 과로사와 과로로 인한 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기구를 세우고 분류작업 인력 채용, 택배기사의 주5일 근무, 운임 인상, 기사에 지급되는 수수료 인상 등을 합의한 바 있다.

    택배 현장에서는 실제 전산에 입력되는 작업시간과 실제 작업시간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통상 그날 마지막 배송 물품의 송장 바코드를 스캔하는 시간이 택배기사의 마지막 작업 시간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처럼 한 주소지에서 다량의 배송 건이 있는 경우 한꺼번에 스캔 처리 후 배송하거나 하나씩 개별로 처리하는 등 택배기사마다 스타일이 달라 전산상 작업시간과 실제 작업시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민욱 택배노조 교육선전국장은 “해당 기사는 택배 업무뿐 아니라 오전 6시30분 이전에 출근해 택배 분류작업에도 참여해왔다”며 “밤 9시부터는 택배 배송 어플이 자동으로 꺼져 배송완료 스캔을 찍을 수 없는 시스템인데, 해당 기사는 9시 이후 작업이 가능한 긴급 어플을 3개월동안 24번이나 사용한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분류 인력이 들어오기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분류 인력 배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노조가 진행한 설문에서 50%가 넘는 롯데 택배기사들이 아직도 분류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본사에서 분류 인력 투입을 위한 비용을 대리점에게 지불하는데,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대리점의 경우 소장 등 관리자가 이 비용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고 월 수입의 일환으로 가져가는 등 폐단이 많다”고 지적했다.  

    롯데택배는 사회적 합의안에 따라 각 대리점에 분류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지역적 특성 등 현장 여건상 분류인력 투입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는 최저시급 이상을 대리점에 지급하는 등 사회적 합의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개인 사업자로 분류된 택배기사의 과로를 방지하려면 택배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택배기사는 임금 근로계약을 하는 노동자가 아닌 배송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노동시간에 대해 규제를 하지 않으면 장시간 노동을 하기 쉬운 유인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실적으로 개인사업자에 대한 노동시간 규제가 어렵기 때문에 택배산업의 상태에 맞춘 생물법 개정이 있어야 택배현장의 과로 재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