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송죽 이사, 남양유업 사내이사 퇴임…‘일신상 사유’만 93세 최장기 이사, 이사회 의결에 한번도 참여안해오너일가 첫 이사회 퇴진… 추가 재편은 힘들듯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모친인 지송죽 비상임이사가 지난 2월 이사회에서 물러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1929년생인 지 이사는 1986년부터 남양유업의 이사회에 참여해온 남양유업의 가장 오래된 등기임원으로 꼽힌다. 이번 사임은 ‘불가리스 사태’ 이후 오너일가가 처음으로 이사회에서 물러난 경우다.

    10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지 이사는 지난 2월 4일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의사를 밝히고 퇴임했다. 36년만의 은퇴다. 그는 지난 1986년부터 남양유업의 등기이사로 활동해왔다. 연임 횟수만 무려 10회가 넘는다. 

    그런 그가 사퇴한 배경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만 93세의 고령이었던 만큼 정상적 경영활동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추측이 많다.

    지 이사는 사내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을 공개하도록 한 2018년 이후 남양유업의 이사회 의결에 단 한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 이사를 두고 ‘유령 등기임원’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을 정도.

    홍 회장 측은 지난해 5월 오너일가가 모두 이사회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지만 매각 과정에 갈등을 빚으면서 오히려 오너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돼 왔다. 사퇴 의사를 번복하고 홍 회장과 그의 장남 홍진석 전략이사, 지 이사가 모두 이사회를 지킨 것. 그런 의미에서 지 이사의 사임은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태’ 이후 오너의 첫 사임이다.

    다만 이후 추가적으로 오너일가의 이사회 재편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법원이 지난해 10월 홍 회장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한앤컴퍼니 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너일가의 이사회 퇴진 이후 신임 사내이사 선임은 주주총회 정족수 부족으로 이뤄지기 힘든 처지가 됐다.

    홍 회장도 남양유업 매각과 관련 소송이 추진되는 과정에 경영을 놓을 가능성으 크지 않아 보인다. 그는 지난해 20회의 주요 이사회 중 1건을 제외하고 모두 참여하면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남양유업의 비상경영체제도 안정화 단계로 접어드는 중이다. 남양유업은 올해 1월 1일자로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이기웅 상무, 주영진 상무 등 신임 임원 2명을 승진시킨 바 있다. 이를 통해 4인에 불과했던 남양유업의 미등기임원은 올해 들어 6명으로 확대됐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표이사 유고상황을 고려해 5개 공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제조총괄 직을 신설했고 신성장 동력 및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6차산업부에 신임 임원을 발탁됐다”며 “기존 보유한 파워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함께 건기식, 성인식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