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쪼개팔기 논란, '소비자 편익 확대 vs 시장 교란' 대립

페이센스가 OTT 이용권을 하루 단위로 쪼개 400~600원에 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이용자들은 선택권이 확대된 것에 반색하는 반면, OTT 업계에서는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 웨이브, 왓챠는 지난 10일 페이센스 측에 서비스 중단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에 이어 서비스 지속 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페이센스는 지난달 등장한 신생업체로 자사 사이트를 통해 국내 및 해외 OTT의 1일 이용권을 400~6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최대 4명이 계정 공유가 가능한 아이디를 1일권 신청자들에게 제공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하나의 계정을 하루 평균 이용요금 500원으로 잡고 4명에게 판매할 경우 약 2000원의 수익이 발생하고 한 달로 보면 약 6만 원의 수익이 난다. OTT의 월 구독권 가격이 1만 원대 초중반에 형성된 것을 감안하면 계정 하나당 한 달에 3~5만 원 수준의 수익이 예상된다.

페이센스의 등장에 이용자들은 호응하고 있다. OTT 업계가 콘텐츠 제작 비용 증가로 구독료를 인상하고 있는 만큼, 높아진 구독료에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1일권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페이센스의 1일권 판매가 불법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웨이브의 이용약관을 보면 ‘웨이브 코인을 이용해 제공되는 각종 유료 서비스는 회사가 정한 범위 내에서 본 서비스상에서 본인이 직접 이용하는 것에 한정한다. 이를 초과하는 이용방법은 영리 또는 비영리를 구분하지 않고 엄격히 금지되며, 제3자에게 일체의 복제, 전송, 배포, 대여, 방송 행위는 금지된다’고 명시돼 있다.

티빙 역시 이용약관 제24조 유료회원의 의무 부분을 살펴보면 ‘유료회원은 회사의 명시적인 승인 없이 유료서비스를 이용한 어떠한 영리 행위도 할 수 없다. 만약 유료회원의 영리 행위로 인해 회사 및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유료회원이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고 나와 있다.

다만, 페이센스 측은 홈페이지에 '자주 묻는 질문' 탭을 통해 "페이센스는 법으로 정해진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페이센스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구독료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면서도 “약관에 재판매를 못 하게 돼 있어 계약상 문제는 존재한다”고 밝혔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역시 “페이센스의 서비스는 OTT 사업자들의 영업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합법적으로 사업적 합의가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은 어떻게 보면 부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품질 저하 및 소비자들의 불편을 유발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김 전문위원은 “페이센스의 서비스는 OTT 사업자들의 영업권과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며 “더불어 페이센스가 내는 수익은 OTT 사업자와 달리 상품에 재투자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페이센스 같은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OTT 사업자들이 결국에는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등 소비자들의 불편이 유발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OTT 사업자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신 교수는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요금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OTT에 대한 매력도 역시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며 “소비자 효용 측면에서 판단해보면 일 단위 판매는 충분히 용인해야 될 것으로 본다. 다만, 현재 약관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독경제는 향후 지금과 같은 장기 구독이 아닌 다른 모델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OTT 사업자들은 새로운 서비스 형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