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1년새 다섯 차례 인상주택담보대출 금리 8%대 임박… 이자 부담 가중집값 하향에 관망세 더해지면서 하우스푸어 전락 우려
  • ▲ 서울 부동산. ⓒ강민석 기자
    ▲ 서울 부동산. ⓒ강민석 기자
    치솟은 집값에 이자 폭탄까지 더해지면서 서울에서 내 집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7% 시대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주담대 금리 8%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1년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나 올리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된 만큼 '영끌족'들의 '하우스푸어' 전락도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확산한다.

    15일 직방에 따르면 4월 기준 주담대 금리는 연 3.9%로, 지난해 4월 대비 1.17%p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의 월평균 대출 상환액이 4월 기준 194만원으로, 전용 59㎡의 경우 178만원, 84㎡는 209만원으로 산출됐다. 이는 지난해 4월과 비교해 전체 평균은 33만원, 59㎡는 35만원, 84㎡는 40만원 각각 오른 것이다.

    문제는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데 있다. 미국이 한국시각으로 16일 예정된 연방준비이사회(FOMC)에서 41년 만의 최고상승률을 보인 물가를 잡기 위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때문에 주담대 금리가 연내 8%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직방이 주담대 금리가 연 7%로 인상된다는 가정하에 서울 아파트의 월 대출 상환액을 분석한 결과 평균 261만원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 59㎡는 246만원, 84㎡는 291만원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국 가구들의 가처분소득은 363만원이며 도시근로자의 경우 418만원이다.

    도시근로자의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서울 아파트 매입시의 월 주담대 상환액은 전체 면적 아파트 기준으로 금리 4%일 때 45%지만, 금리가 7%까지 오를 경우 62%로 평균 소득의 과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용 84㎡의 경우 69%로 계산돼 가처분소득의 70% 선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대부분을 이자 상환에 쏟아야 하는 셈이다.

    시중은행 금리도 계속해서 뛰고 있다. 전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 범위는 연 4.33~6.88%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5대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88~5.63%였지만, 6개월여 만에 최고금리가 1.17%p 급등했다. 변동형 주담대 최고금리도 6%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들의 해당 금리는 3.55~5.429%로 집계됐다.

    문제는 연말까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주택 구매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차주들 대부분이 고정금리 대신 상대적으로 초기 부담이 적은 변동금리를 선택했다. 4월 기준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배율은 19.2%에 불과하다.

    이는 금리 상승기에 빚을 떠안고 불안에 떠는 이들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제로금리 시대에 영끌로 무리하게 집을 산 대출자들이 셈이다. 이들은 계속해서 오르는 집값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패닝바잉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이지만, 집값 하락시 '하우스푸어' 공포까지 엄습할 수 있다. 하우스푸어는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내놓아도 거래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면 집을 팔 수도 없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매월 막대한 이자 비용을 감수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미국이 이제 금리 인상의 빅스텝을 밟게 되면 우리나라도 사실 그렇게 안 갈 수가 없다"며 "영끌 세대라던지 주담보 대출을 받아서 내 집 마련을 한 사람들의 주거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리 인상과 더불어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 대출 규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서울·수도권에서도 주택거래 절벽과 미분양이 늘면서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서울에서 아파트값 상승률 77.9%로, 25개구 가운데 1위를 기록한 노원구의 경우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하락세로 돌아서며 최근 5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했던 수도권 아파트값 역시 큰 하락 폭을 보이고 있다. GTX C노선 호재로 지난해 38.5% 폭등했던 의왕시는 올해 아파트값 누적 하락률이 -0.86%로, 수도권 변동률 -0.27%과 전국 변동률 -0.02%를 밑돌았다.

    매수심리도 위축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6월 1주 서울 아파트 매매 수급지수는 89.4로, 지난주 90.2보다 0.8p 빠졌다. 지난달 9일부터 5주 연속 하락한 것이다. 매매 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주택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양시장에서도 미계약분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은 청약 불패'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울 분양시장에서 미계약분이 쏟아지면서 무순위 청약을 받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7일 세 번째 무순위 청약공고를 게시한 서울 성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3월 일반분양에서 계약에 실패한 198가구에 대해 4월부터 무순위 청약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33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그동안 차주들은 금리가 오르더라도 집값이 더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버텨왔다"며 "그러나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집값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차주들의 심리적인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1년 새 2%p 가까이 주담대 평균 금리가 올랐다"며 "이 정도 속도로 추가로 더 오른다면 2010년대 초반에 발생한 '하우스푸어'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충격 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정부에서는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하면서 대출자들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등 대비를 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