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만에 해외 출장지로 네덜란드 1순위차세대 반도체 경쟁력 'EUV' 활용에 달려매해 50대 한정 EUV 사려 줄서는 글로벌 반도체사TSMC에 인텔까지 경쟁자로… 삼성, 이 부회장 민간 외교로 돌파구 마련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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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한 초미세공정 경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년 만에 해외 경영 행보에 나서면서 첫번째 출장지로 네덜란드 노광장비업체 ASML을 찾은 것도 미래 반도체 경쟁력이 EUV에 달렸음을 보여준다. 가장 많은 EUV 장비를 확보하고 있는 파운드리 1위 TSMC를 뒤쫓기도 힘든 상황에서 인텔까지 EUV 확보전에 본격 나서면서 삼성도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다.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년 만에 해외 출장에 나서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나 양사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이 부회장과 ASML 경영진은 이날 만남을 통해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반도체 시장 전망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양사의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 다각도로 협의했다.그 중에서도 삼성이 초점을 두고 논의에 나선 부분은 EUV 노광 장비 수급 문제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앞서서도 삼성이 EUV를 도입하는 시점부터 직접 나서 ASML을 방문해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고 그 결정적인 이유가 EUV 장비를 적기에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만큼 EUV는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과 같은 반도체 제조사들이 앞다퉈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미래 반도체 기술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특히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에선 EUV 장비 없이는 사실상 경쟁력이 없다고까지 할 정도다.그 장비 제조 기술을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ASML이다. 한 대당 2000억 원에 달하는 가격에, 1년에 40여 대 안팎의 EUV 장비가 생산되는 까닭에 이를 먼저, 다량으로 공급받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이 줄을 서는 형국이다.현재는 파운드리 1위인 TSMC가 가장 많은 EUV 장비를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삼성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장비 도입을 해마다 추진해왔다. TSMC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EUV 장비는 약 100대 가량으로 파악되고 삼성은 뒤늦게 이 장비 도입에 뛰어들어 약 20대 가량을 두고 가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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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라면 삼성이 점차 EUV 도입에 충분히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참여를 선언하면서 EUV 장비 쟁탈전에도 참전했다는 것이다. 인텔은 뒤늦게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뛰어는만큼 초미세공정 기술의 관건인 EUV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기세를 나타냈고 실제로 ASML과 다각도로 공급 협상에 나서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업계에서는 인텔이 이처럼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ASML의 신형 EUV 장비를 선점하는데 성공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2024년에 5대 가량의 EUV가 인텔에 처음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이번에 이 부회장이 AMSL을 직접 찾은 것도 인텔이 확보한 신형 EUV를 조기에 도입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텔이 예상보다 빠르게 ASML과 접촉하면서 삼성은 물론이고 TSMC도 신형 장비를 도입하기 위한 줄서기에 나섰다는 것이다.삼성은 신형 장비를 중심으로 오는 2025년까지 3년 내에 추가적으로 10대의 EUV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이 이번처럼 직접 협상에 나서기 위해 해외 출장에 나서는 일도 많아질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