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p 상승시 5.7억 대출자 연 상환액 840만원 달해원리금 부담 증가 속도, 근로소득보다 빨라"소득에 비해 높은 가계부채, 실물경제 하방 위험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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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1%p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2년 전 초저금리를 활용한 '영끌'·'빚투' 등으로 무리하게 자산을 불린 대출자 중에서는 올해 말 연 상환액이 30∼40%, 1000만원가량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 은행의 대출자 사례 분석 결과, 코스피 상장 기업에 근무하는 B씨(신용등급 3등급)는 2년 전 2020년 6월 17일 주택담보대출 4억7000만원, 신용대출 1억원 등 총 5억7000만원을 은행에서 빌려 서울 서대문구 34평형(전용면적 84.93㎡) 아파트를 14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은 매달 30년 동안 갚기로 했고(원리금 균등 상환), 금리는 6개월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에 따라 바뀌는 변동금리를 택했다.

    신용대출의 경우 1년마다 대출기한을 연장하면서 일단 월 이자(금융채 6개월물 금리 연동)만 내는 일시상환식으로 받았다.

    이 대출자에게 초기 6개월간 적용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2.69%, 신용대출 2.70%였다. 이에 따라 연 환산 원리금 상환액은 2554만5952원(주택담보대출 원리금 2284만5952원+신용대출 이자 270만원), 월 상환액은 212만8829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년 뒤인 이달 17일 현재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각 3.61%, 4.41%로 높아졌다.

    연 원리금 상환액은 2991만8223원으로 최초 대출 시점보다 17.1%, 월 납입액(249만3194원)도 36만4365원 늘었다.

    시장의 예상대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0.25%p씩 네 차례, 모두 1.0%p를 올리고 이 상승분만큼 코픽스와 금융채 금리가 높아진다고 가정하면, 6개월 뒤 12월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61%, 신용대출 금리는 5.41%에 달한다.

    이 경우 연·월 상환액은 3394만7544원, 282만8962원으로 2년 반 전보다 32.9%(840만1591원, 70만133원) 불어난다.

    만약 미국의 잇단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0.75%p 인상)과 물가 급등으로 한은이 빅 스텝(한꺼번에 0.5%p 인상) 두 번을 포함해 1.50%p 인상을 단행하면, 연·월 상환액은 3602만7714원, 300만2309원으로 41.0%(1048만1761원, 87만3480원) 치솟는다. 올해 연말 실현되지 않더라도, 내년 상반기에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이런 원리금 부담 증가 속도는 근로소득보다 빨라 가계가 장기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에서 전국 1인 이상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20년 1분기 527만3328원에서 올 1분기 538만1557원으로 2년 새 2.05% 늘었다.

    근로소득자인 B씨의 최근 2년간 원리금 상환액 증가율(올해 6월 17일 기준 17.1%)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레버리지(차입투자) 대상인 자산의 가격까지 정체되거나 하락하면, 대출자는 더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 2년 전 대출자가 영끌로 사들인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16억8000만원으로, 매입가(14억5000만원)보다 15.86%(2억3000만원) 올랐다.

    하지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 부진이 이어져 가격이 제자리에 머물 경우,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지금보다 1.50%p 높은 수준에서 멈춘다고 해도 앞으로 약 5년(매입 기준 7년) 뒤면 누적 원리금 상환액(2554만5천952원×2년+2991만8323원×1년+3602만7714원×4년=2억2512만1083원)이 시세 차익과 맞먹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4월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가계부채와 관련해 "소득에 비해 높은 가계부채는 대내외 충격 발생 시 부실 위험을 키우고 소비둔화 등을 통해 실물경제의 하방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