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바이오기자협회, 항암제·희귀질환 혁신신약 심포지엄 개최전문가들, 건강보험 외 기금 조성 등 대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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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과 중증·희귀질환으로 투병 중인 환자 10명 중 4명 이상이 과도한 약값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제도권에 진입하는 속도가 더뎌 눈앞에 희망이 있는데도 좌절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환자 중심 항암제·희귀질환 혁신 신약,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어 이런 내용의 환자 대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조사는 암(100명), 희귀질환(115명), 기타 중증 만성질환(35명)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은 환자가 직접 하거나, 가족이 대신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2.8%(157명)가 치료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으로 '경제적 요인'을 꼽았다. 특히 환자 10명 중 4명이 넘는 44.0%(110명)가 약값 부담 등의 이유로 실제 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암과 중증·희귀질환에 사용되는 신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은 이후에도 건강보험급여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약제 급여 적정성 평가'를 거쳐야 하므로 비싼 약값을 환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치료제가 있는데도 비싼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현재 신규 항암제나 희귀질환 혁신신약이 보험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평균 약제 급여 적정성 평가 120일, 약가 협상 60일, 약가목록 고시 30일이 각각 소요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새정부가 항암제와 희귀질환 혁신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형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이날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등재가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항암제 혁신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선급여-후평가’ 제도 시범 도입, 사전승인제도 심사 요건 현실화와 제도 개선, 급여 등재 기간의 실효성 있는 단축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전은석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교수는 건강보험 제도권 진입이 미뤄지면서 희귀질환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논했다.

    대표적으로 심장 아밀로이드증의 유일한 치료제인 '빈다맥스'는 2020년 국내에서 사용 허가를 받았지만 비싼 약가로 인해 2년째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전 교수는 “최소한 대체 치료법이 없는 희귀질환의 치료제에 대해서는 치료제 허가와 동시에 빠르게 환자들이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마련과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종혁 중앙대학교 약대 교수는 국내 약가제도 혜택이 항암제에 집중돼 희귀질환 치료제의 보장성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제도 내에서 해결되지 않는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재정 외의 기금 조성을 통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