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매체 디지타임스 "양산 성공해도 TSMC 따라잡기 힘들어"파운드리 수율·용량 한계 지적... 투자 규모·계획 경쟁사 대비 부족 평가TSMC와 동맹 맺고 경험 배우는 '인텔' 추켜세우기 등 기술 선두 뺏긴 위기감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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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예고했던대로 올 상반기 세계 최초로 파운드리 3나노미터 (nm) 양산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밝히자 파운드리 1위 TSMC가 속한 대만에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만 주요 언론은 삼성이 TSMC에 앞서 3나노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수율이나 용량(Capa) 문제로 TSMC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뒤늦게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을 예의주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상반기 중으로 3나노 양산을 시작한다는 기존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시킨 가운데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가 삼성의 이 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TSMC를 따라잡기 힘들 것이란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디지타임스는 최근 기사를 통해 "삼성 파운드리에선 4~5나노 공정 수율이 안정됐고 3나노 공정도 수율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 예정대로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이 같은 주장에 회의적"이라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만기나 수익률 등 구체적인 수치가 아니라 추상적인 용어로 현재 공정 상황을 표현해 정확한 수율 개선 정도를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더불어 삼성이 내놓은 공정 개발 로드맵은 '낙관적'이지만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파운드리 사업 결과인 시장 점유율에선 TSMC와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었다.디지타임스는 "2019년부터 삼성 파운드리 점유율은 약 18%를 유지하고 있고 TSMC는 50% 이상을 차지한다"며 "올해는 TSMC가 점유율에서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에 비해 삼성은 소폭 하락할 것"이라는 식으로 삼성을 깎아내리는 모습이다.디지타임스를 중심으로 대만 증권가에서도 삼성이 TSMC에 앞서 3나노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기술이나 용량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TSMC가 더 격차를 벌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대만 측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놓는 근거는 삼성이 파운드리 분야에 투자하는 규모가 TSMC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TSMC는 지난 2020년 170억 달러였던 투자금을 올해 400억 달러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인데 삼성은 같은 기간 100억 달러에서 130억 달러까지 투자 규모를 키운 것이 전부라고 비교했다.게다가 삼성이 투자 규모만 밝히고 아직 구체적인 투자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TSMC는 물론이고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에 비해서도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텔도 올해 파운드리 설비 투자에 270억 달러 규모를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지난 2월엔 파운드리 분야에서 이스라엘 기업인 타워 세미컨덕터(Tower Semicinductor)를 인수하는데 성공해 삼성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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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만에서는 3나노 양산에 돌입한 삼성보다는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할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시선을 바꾸고 있다. 디지타임스 아시아의 사장인 콜리 황(Colley Hwang)은 최근 시리즈로 내놓은 '반도체 분야의 도전과제(Challenges for semiconductor sector)'라는 글을 통해 "단기적으론 삼성이 TSMC를 추월할 가능성은 없다"라고 표현하며 삼성보다는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뛰어든 미국 기업인 인텔이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콜리 황 사장은 이 시리즈에서 "인텔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되찾는다는 전제 아래 보면 삼성과는 다르게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산업 표준을 설정하고 동맹을 형성하는 과정을 TSMC에서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이 외에도 콜리 황 사장은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코로나19 상황에도 대만에 방문해 TSMC와 전략적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TSMC의 칩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들어 인텔이 삼성보다 더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파운드리 시장에 안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이 같은 그의 발언은 곧 대만과 TSMC가 인텔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삼성에 경계심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직 점유율 차이가 크다고 하면서도 기술적으로 압박감을 높이는 삼성을 일찌감치부터 경계하고 후발주자인 인텔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무섭게 따라오는 2위를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섰다고도 풀이된다.업계 관계자는 "대만매체의 속성 상 TSMC를 우위에 두고 시장을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오히려 이렇게 강도 높게 삼성을 폄하하는 모습에서 TSMC나 대만의 위기감이 엿보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