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증권사 두 곳 이상서 매수→중립 변경 종목 15곳7월 목표가 하향 리포트 60건 달해…전월 대비 큰 폭 증가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영향…기업 실적 전망·주가 눈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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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기업들에 대한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로 국내 증시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기업과의 관계 때문에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 하향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을 꺼렸던 증권사들이 일제히 눈높이를 낮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례적으로 매도의견을 발표하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권사 2곳 이상에서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HOLD)’으로 낮춘 곳은 총 15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기준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GS리테일 ▲HDC현대산업개발 ▲KT&G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JYP엔터테인먼트 ▲금호석유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메리츠화재 ▲아모레퍼시픽 ▲컴투스 ▲한온시스템 ▲효성티앤씨 등이 이에 해당한다. 

    투자의견 하향 조정의 근거로는 올해 실적 추정치 하향 등이 꼽혔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업황 부진, 실적 둔화, 경쟁력 약화 등으로 단기간 유의미한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증권사들의 잇따른 목표주가 및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 발간 추세는 이달 들어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증권사들은 60여 개에 달하는 목표주가 하향 의견을 내놨다. 6월 한 달간 목표주가 하향 건수(45건)를 불과 열흘 만에 훌쩍 넘어선 것이다.

    목표주가 하락을 넘어 보유 주식의 매도를 추천하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국내 증권사에서 매도 의견 리포트가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DB금융투자는 최근 카카오뱅크에 대해 투자의견 ‘언더퍼폼(Underperform)’과 함께 목표가를 당시 시세보다 20%가량 낮은 가격인 2만4600원으로 제시했다. 

    언더퍼폼은 주식 하락률이 시장 평균보다 클 것으로 보는 의견으로 사실상 ‘매도’로 해석된다.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뱅크에 대해 더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플랫폼이라는 카카오뱅크의 지향과 은행이라는 현실의 괴리를 지적했다. 그는 회사가 성장 초기 단계를 지나면서 대출 만기 연장 부담으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낮아진 자본효율성 때문에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또한 회사 측이 강조하고 있는 플랫폼 수익도 은행의 비이자이익과 큰 차별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이 되고 싶은 은행이지만, 은행 규제를 받는 이상 은행의 성장 논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해당 매도 리포트에 카카오뱅크 주가가 크게 휘청인 것이다. 실제 DB금융투자의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 카카오뱅크 주가는 한 주간 무려 16.8% 급락했다. 

    통상 국내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을 내는 데 자유로운 외국계 투자은행(IB) 및 증권사와 달리 매도 의견을 잘 내지 않는다. 외국계 증권사는 국내 기업과의 이해관계가 적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기업들과의 업무 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 탐방을 다니며 법인 자금 운용이나 인수합병(M&A), 상장 업무 등을 따내야 하는 국내 증권사 입장에서 손쉽게 해당 기업에 대한 매도 의견을 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연구원은 분석하는 기업과 많은 소통을 나눌수록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실제 과거 매도 리포트를 낸 뒤 기업에서 해당 연구원의 탐방을 거부하거나 연락을 피하는 등 리서치 활동에 불이익을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과 같이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코로나19 이후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온 기업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금리 급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 급락 가능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라며 “최근의 투자 환경을 고려했을 때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를 낮추는 연구원들의 비중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