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등 A급 회사채 흥행 성공 줄이어한은 금리인하 결정·WGBI 편입 효과로 투심 개선업종마다 차별화는 여전하지만 시장 활기 지속 전망
  • 기업 자금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과 앞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로 회사채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보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24조6840억원으로 1년 전 17조2850억원보다 42.81% 증가했다. 순발행액은 1499억원으로 전분기 3조6016억원 순상환에서 순발행으로 전환했다.

    이는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가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회사채는 지난 7월 7조7621억원, 8월 6조7952억원씩 발행됐는데 9월에는 발행액 10조1268억원으로 증가 폭이 가파른 추세를 나타냈다.

    지난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15곳이 모은 수요는 10조5820억원이다. 총 모집 목표액 1조7200억원에 비해 6배가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A급 회사채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두드러진다. 통상적으로 AA급 이상을 우량채, A급 이하는 비우량채로 분류한다.

    지난 22일 3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돌아온 팬오션(A)은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9배가 넘는 자금을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300억원어치 2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820억원의 매수 주문을 확보했다. 조달 자금은 선박금융 차입금 상환에 활용된다. 이 회사 개별 민간채권 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 금리) 대비 21bp(bp=0.01%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목표액을 채웠다.

    지난 15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대한항공(A-)도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자금 4330억원을 모았다.

    롯데하이마트(A+)도 2년물 400억원 모집에 1750억원, 3년물 400억원 모집에 18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특히 롯데하이마트는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강등됐음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증권사들도 회사채 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PF 충당금을 넉넉하게 적립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면서 그간 발목을 잡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도 옅어진 영향이다. 지난 9월 이후 회사채 수요예측을 한 한국투자증권(AA0), NH투자증권(AA+), 삼성증권(AA+) 등 대형 증권사들은 모두 수요예측에 2조원이 넘는 매수 자금이 몰렸다.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도는 건 금리 인하 영향이다. 미국의 빅컷(0.50%포인트 금리인하) 단행,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결정으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확산하면서 기업어음(CP),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자금 대비 회사채 매력도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최근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이 확정되면서 국채뿐 아니라 회사채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이 확산하고 있다. 

    세계 3대 채권지수인 WGBI는 추종 자금만 2조5000억달러(약 3390조원)로 추정된다. 한국의 WGBI 편입 비중이 2.2%로 결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560억달러(약 75조9800억원) 규모의 국채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로 인해 시장 유동성이 증가한 가운데 WGBI 편입도 채권시장 유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재료"라며 "채권시장에 증가하는 자금이 국고채보다 높은 금리대를 형성하는 크레딧 채권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이 채권 발행을 무사히 소화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종별로 회사채 투자 심리는 여전히 갈리고 있다. 

    여천NCC(A)는 차환 발행을 위해 총 1000억원 모집에 나섰으나 매수 주문은 40억원에 그쳤다. 중국 경기 부진, 공급 과잉 등이 겹치면서 석유화학업황에 대한 우려가 연초부터 이어진 탓이다. 

    지난 18일 롯데건설(A+)은 1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 총 121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만기별로 2년물 1000억원 모집에 1080억원, 3년물 500억원 모집에 130억원이 몰렸다.

    롯데건설 회사채는 부동산 PF 여파로 인해 비우호적 투자심리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월 진행한 회사채 발행에서도 총 1500억원 모집에 나서 77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쳐 미매각이 발생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엔 지난 7월에 비해 양호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당분간 회사채 훈풍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적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회사채 금리 역캐리 해소 등으로 우호적인 수요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와 WGBI 편입 등으로 크레딧물에 대한 우호적인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을 감안하면 금리 레벨의 부담 완화에 따른 투자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