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좌장' 참여 금투세 시행 법안 발의에 개인투자자 비난 봇물 반도체 대형주 부진 지속…갈 곳 잃은 자금, 테마주로 향해경영권 분쟁·미국 대선株 주가 급등락 지속민주당 금투세 결론 '요원'…불확실성 지속에 투자자만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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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뚜렷한 주도주 없이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 미국 대선 관련 테마주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의 부진 속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갈 곳 잃은 자금들이 테마주로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고려아연은 전일 대비 11.01% 급락한 92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서 이날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이는 전일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열고 발행주식 20%에 달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영향이다.MBK파트너스(MBK)·영풍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상한가를 기록, 황제주(주당 가격 100만원)에 등극한 뒤 연일 급등세를 보이며 150만원대까지 치솟다가 5일 만에 황제주 자리를 내줬다.최근 주식시장에선 고려아연을 포함해 경영권 분쟁을 테마로 한 주식들의 급등락이 지속되고 있다.올해 초 한미약품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대표 간 갈등을 겪었던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지난 18일 10.15% 급등한 뒤 사흘 연속 내림세를 걷다가 24일 19.54%, 29일 8.78% 급등한 데 이어 지난 30일엔 25.54% 치솟았다. 31일 오전 10시30분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전일 대비 2.50% 하락 중이다.티웨이항공도 최대주주인 예림당, 2대주주인 대명노소그룹 간 지분 경쟁을 지속하면서 주가 등락 폭이 커졌다. 예림당은 지난 25일 13%대 급등한 데 이어 30일엔 상한가를 기록했다. 31일 오전 10시 30분 현재도 주가는 16%대 폭등 중이다.미국 대선이 임박하면서 대선 테마주 주가 변동성 역시 확대되고 있다. 특정 후보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패턴이다.대마종자유 유통기업으로 '해리스 테마주'로 분류되는 비엘팜텍은 지난 21일 하한가를 기록했다가 지난 23일 장 초반 상한가로 치솟았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쳤다는 소식 영향이었다.'트럼프 테마주'도 마찬가지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트럼프 전 대통령 승리 확률을 54%로 예측하자 수혜주로 분류되는 LIG넥스원은 4.13% 급등했지만 23일엔 다시 6% 급락했다.
증권가에선 최근의 테마주 장세의 가장 큰 이유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증시를 손꼽는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밸류체인(가치사슬) 소외로 인해 최근 증시가 확실한 주도주 없이 제자리걸음을 지속하자 갈 곳을 잃은 자금이 테마를 타고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나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금투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정리가 여전히 결론 나지 않다는 점도 테마주로 자금을 쏠리게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미 고액 자산가들은 국내 증시를 떠나 해외 증시로 자산을 대거 이동하는 상황인데 여전히 시행 유예나 폐지가 명확하지 않은 금투세가 자금 이탈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9월 말 외화증권 보관액은 1379억4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외화주식이 1020억4000만달러, 90%가 미국 주식이다. 국내 투자자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22조원 넘게 사들이며 사상 최대 매수세를 기록했던 외국인 투자자는 하반기에는 13조원 가까이 매도 중이다.
금투세와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지난 30일 민주당 의원들이 2025년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보완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장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현행법은 주식 양도소득, 채권 양도소득, 파생 상품 소득 등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포괄하고, 금융투자소득 내 손익 통산 및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며 20%와 2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2025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정책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발목 잡힌 사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들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흐름을 타고 치솟았던 테마주 주가는 언제든 급락하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대형사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하락했던 지수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2500선 후반~2600선 초반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증시 호재 없이 악재에만 민감히 반응하는 상황에서 테마주로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주식을 장기 투자로 가져가는 것에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개인주식투자자 권익보호 비영리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금투세가 도입된다면 반드시 경제적 참사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유예는 불확실성 증폭으로 이어져 우리 증시의 상승을 막는 먹구름이 될 것이며 박스피 탈출의 지뢰 또는 허들로 변질해 대세 상승을 막는 완벽한 오답"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