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 이후 여전히 취약한 구간… 상대적 박탈감 증폭이 문제자살생각이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도록 정부의 조기개입 필수 ‘소득 감소·1인 가구·30대 남성’ 등 대상 맟춤형 정책설계 관건
  • ▲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경희대병원
    ▲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경희대병원
    거리두기 해제 이후 우울위험도 지표는 좋아졌지만 ‘자살생각률’이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공감대 결여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분석돼 취약층 대상 집중적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11일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중앙자살예방센터장)는 본보를 통해 “코로나19 초기에는 모두가 두렵고 힘들다는 사회 전반적인 공감대가 있었는데,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많은 부분 소실된 측면이 있다. 여전히 힘든 상황인 분들은 박탈감에 시달리는 시기”라고 밝혔다. 

    2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에 익숙해졌고, 인원과 시간 규제요인이 없어지면서 많은 국민은 각자의 삶에서 다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상생확 이러한 분위기 변화에 일명 ‘코로나 블루’ 등 우울지표가 자연스럽게 개선됐다. 

    그러나 여전히 취약계층은 존재하고 남들과 비교해 극복되지 않는 현실에 처해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이 점차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날 복지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우울위험군 16.9%로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았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5배나 높지만, 긍정적인 지표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자살생각률이다. 6월 기준 12.7%로 집계됐는데, 이는 조사 이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수치다. 

    우울위험군 대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비율이 4.5%p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자살생각이 실행으로까지 번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백 교수는 “시급한 과제는 자살생각을 갖고 있는 정신건강 취약계층을 찾아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2.7%에 해당하는 분들을 찾고 정부 차원에서 지원책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특이한 지점은 일반적으로 자살생각률은 여성이 높은 데 비해 동 조사에서는 꾸준히 남성의 자살생각률(13.5%)이 여성(11.9%)보다 더 높았다는 것이다. 

    또 소득이 감소한 경우 자살생각률이 16.1%로 소득이 증가하거나 변화가 없는 집단(9.2%)에 비해 약 7% 높았다. 1인 가구의 자살생각률이 18.2%로 2인 이상 가구(11.6%)에 비해 1.5배 높았으며, 배우자가 없는 경우(미혼, 사별·이혼 등)가 16.9%로 기혼(9.8%)에 비해 높았다.

    백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빠른 진단검사와 격리조치 등으로 대응했던 것처럼 이제는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취약계층을 찾아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의 유기적 협력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숙제”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체계가 형성되는 것이 소위 ‘정신건강 국가책임제’의 힌트가 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 블루 등을 원인으로) 정부에서 정신건강 국가책임제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는데, 성공적 추진을 위한 전제조건은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정신건강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이어 “전반적 변화를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 예전보다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공공영역에서의 정신건강 대응체계는 미흡한 측면이 있으므로 동시에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