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중 세부공급계획 발표-통합브랜드화 추진업계 "50만호는 부족"…재원·부지 확보 어려움
  • ▲ 서울 시내 한 빌라·주택가의 모습.ⓒ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빌라·주택가의 모습.ⓒ연합뉴스
    최근 '전세의 월세화' 등으로 서민층의 주거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부가 본격적인 공공주거지원 확대에 나섰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 가능한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을 50만호 공급해 주거사다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인데 실효성엔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남양주왕숙과 고양창릉 등 3기신도시 선호지와 도심 국공유지, 역세권 등을 중심으로 50만가구 내외의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 공급계획을 수립해 오는 9월 중 공개할 방침이다.

    아울러 실수요자들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9월 중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의 통합 브랜드화를 추진한다.

    청년원가주택은 무주택 청년에게 건설원가 수준으로 분양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사들이는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이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상당히 낮게 책정하고 장기간 저리의 전용 모기지 상품을 제공해 초기에 목돈이 부족한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역세권 첫집은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기차역과 지하철역 반경 500m 이내 역세권에 지어지는 지분공유형 공공분양 주택이다. 분양가의 20%만 부담하고 80%는 장기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된다.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역세권 민간 재건축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증가 용적률의 50%를 공공분양주택으로 기부채납 받는다.

    정부가 이같은 유형의 주택 공급안을 제시한 것은 최근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서민층의 주거사다리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차법의 영향으로 청년과 신혼부부, 저소득층의 마지막 보루였던 전세마저 상당수가 월세로 대체되는 등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됨에 따라 서민층의 주거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을 포함한 임대차법이 시행된 후 2년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19% 오르는 동안 월셋값은 28% 올랐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가 4% 감소한 반면 월세 거래는 46% 증가하는 등 월세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공공주거 지원은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실제 서민층의 주거안정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50만가구의 물량은 청년층의 주거 수요를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특히 원가주택의 토지임대부 방식은 집을 분양받았다가 추후 정부에 되팔아야 하는 방식인데 내 집 마련과 이를 통한 자산증식이라는 실수요자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량 공급을 위한 재원 확보도 쉽지 않다.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을 원활히 공급하려면 정부가 필요한 용지를 매수해야 하는데 여기엔 상당한 재원이 소요된다. 게다가 국가가 시세보다 싸게 주택을 분양해주고 시세차익의 일부만 갖는 구조라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된다.

    부지 선정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은 사회적 인식이 임대주택과 다르지 않아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며 "그동안 역대 정부가 반값아파트, 지분공유형주택, 신혼희망타운 등 소유권을 공공과 공유하는 방식의 주택공급 정책을 추진했다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를 이름만 바꿔 다시 추진하는 것은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