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이후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 감소세 가속쿠팡·SSG닷컴 시장 성장 상회… 롯데온·11번가 못미쳐쿠팡 흑자 가시화… 하반기 화두는 성장 혹은 내실
  • “당장 마케팅을 강화하면 매출은 올라가겠지만 그것이 답이 아닌 것을 이제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주요 이커머스 업계가 상반기에도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 적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 2분기 들어 본격화된 ‘엔데믹’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 매출 성장률이 크게 꺾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출혈경쟁도 불사했던 업체들이 수익성을 거론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이커머스 업계는 일제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내용면으로 보면 이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지금까지 주요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매출 성장을 위한 ‘계획된 적자’라는 말 대신 수익성이 전면에 나선 것.

    여기에는 시장의 성장성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3%로 전년 상반기의 성장률 16.1%를 크게 밑돌았다. 상반기 기준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특히 지난 6월 전년 동월 대비 9.1% 성장해 오프라인 시장의 성장률보다 뒤쳐졌다. 

    이로 인해 매 분기마다  매출 성장률을 경신했던 이커머스 업계의 실적도 일제히 둔화되는 중이다. 

    쿠팡의 2분기 매출은 50억3782만달러(6조 6242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 신장했다. 시장의 성장률을 뛰어넘었지만 지난해 매출 성장률 58.3%와 비교하면 성장성은 크게 감소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도 2분기 매출 42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1% 성장했다. 총매출(거래액) 기준으로는 1조488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시장성장률에 못 미치는 성장을 이어간 곳도 있다.

    롯데쇼핑의 롯데온(e커머스 사업부)는 2분기 매출이 257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업부 통합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5.3% 신장했지만 같은 기간 총매출은 82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에 그쳤다. SK스퀘어의 11번가 역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난 1418억원에 그쳤다. 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이 위축된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엇갈린 적자다. 쿠팡이 2분기 영업손실을 88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을 87% 줄인 것과 반해 SSG닷컴의 영업손실은 40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0억원 가량 증가했다.

    11번가의 2분기 영업손실도 450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오픈마켓의 강자로 꼽히던 G마켓 역시 2분기에 182억원의 적자를 냈을 정도. 그나마 롯데온의 2분기 영업손실이 492억원으로 사업부 통합 기준 적자 폭이 35억원 감소한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줄어들고 있지만 수익을 위해 투자를 아끼다가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며 “그렇다고 손실을 감안하면서 무조건 투자를 늘릴 수 없으니 같은 비용으로 가장 효율성을 내기 위한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매출을 키워가는 전략이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할인 등의 마케팅을 강화하면 단기간 내 매출이 급증하지만 중장기적 효과를 내기 힘들고 무엇보다 시장 성장이 정체될 수록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반감된다. 특히 최근 쿠팡이 올해 EBITDA 흑자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후발주자들의 위기감은 적지 않다.

    실제 이들은 하반기 최대 과제로 모두 수익성 개선을 제시한 상태다. 

    SSG닷컴은 하반기에 성장이 수익창출로 이뤄지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이를 위해 계열사 G마켓과의 통합 풀필먼트 전환 및 PP센터 통합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11번가 역시 하반기 키워드로 ‘수익과 성장’을 꼽았다. ‘성장을 위한 투자’를 전략적으로 진행해 시장을 선도하는 e커머스 경쟁력으로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롯데온도 적자가 큰 새벽배송을 중단하는 대신 특정 고객층을 공략하는 버티컬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면서 성장과 수익 개선을 추진한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