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석 물가 안정 나섰지만 시장서 인상 러시대부분 '대표 서민음식' 대상… 체감물가 고공행진이른 추석에 소비 심리 위축 가능성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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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석 기자
    역대급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나섰지만 원가 상승 압박을 버티지 못한 식품기업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소비자 체감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1만8045원으로, 지난해 대비 6.8%(2만241원) 상승했다.

    ◇ 칼 빼든 정부와 시장 엇박자… '대표 서민음식' 인상 품목 대거 포함

    최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 상승과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부진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밥상물가'가 크게 치솟자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민께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명절 장바구니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가 내놓은 물가 안정 방안은 지난 17일부터 본격 추진됐다. 20대 추석 성수품에 대한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선물세트, 제수용품 등 수요가 집중되는 8월말(추석 전 2주차)에 추석 성수기 전체 공급량의 40% 이상을 집중함으로써 성수품 수급과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주요 라면·스낵에, 육가공품·가정간편식(HMR) 값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추석 연휴 전후로 인상 시기를 정한 곳들이 많고, 가격 인상을 검토하곤 있지만 정부 눈치를 보고 있는 곳들도 많아 향후 추가 인상 러시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미 CJ제일제당과 동원F&B이 캔 햄 제품인 ‘스팸 클래식’과 ‘리챔 오리지널’의 편의점 가격을 각각 6.7%, 6.9% 인상했고, 대상은 다음달부터 조미료 제품 '미원'의 편의점 가격을 12.5% 인상한다. 빙그레도 ‘벨큐브 플레인 치즈’(78g), ‘래핑카우 8포션 플레인’ 등 벨큐브 치즈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

    여기에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주요 라면·스낵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 올해 들어 두차례나 가격을 인상했고 사조대림과 하림이 닭가슴살 제품 가격을 각각 12.1%, 8.8% 올린다.

    이처럼 대부분 인상 대상이 소비자와 밀접한 품목이어서 소비자 체감 밥상 물가는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노윤희 aT 수급관리처장은 "국민 모두가 평안한 한가위를 맞을 수 있도록 정부와 협심해 추석 성수기 마지막까지 안정적인 수급 관리와 물가안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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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 정점 아니다… '이른 추석'에 소비 심리 위축 가능성↑

    문제는 추석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가격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추석을 앞두고 작황이 부진하면서 농산물 가격이 일제히 급등해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0.47(2015년=100)로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4월(1.6%), 5월(0.7%), 6월(0.6%), 7월(0.3%) 등으로 점차 둔화됐지만 지수로는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9.2% 오르면서 20개월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물가 정점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물가가 7개월 연속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높은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분기(4∼6월)에 고점을 기록한 국제 곡물가격이 3분기(7∼9월) 수입 가격에 반영되면서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에 원유 가격 인상도 변수다. 아직 원유 가격 인상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와 유업계는 낙농제도 개편과 함께 원유 가격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미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사실상 원유가격 인상을 기습적으로 단행하면서 원유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예년보다 이른 추석도 소비 심리 위축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햇상품 출하 시기가 초기인만큼 가격이 평소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가격 안정에 변수가 많다. 특히 올해는 휴가철 직후 연휴인만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도 높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이른 추석의 경우 추석 선물 준비나 연휴 계획 등에 있어 시간이 많이 부족한만큼 소비가 높지 않은 경향이 있다"며 "올해는 특히 고물가인데다 휴가철 직후라서 소비 심리 위축 가능성이 상당해 성수기를 보내야 하는 관련 기업들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