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도심 주택공급 유도 긍정적"금리부담에 규제 여전...시장 영향 제한적"현실반영 장기적으로 재초환 자체 없애야"
  • ▲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도지실장이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 및 개선 효과를 발표하고 있다. 220929 ⓒ연합뉴스
    ▲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도지실장이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 및 개선 효과를 발표하고 있다. 220929 ⓒ연합뉴스
    정부가 29일 도심 주택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재건축 부담금을 낮추기로 했다. 이에따라 부담금 면제 기준은 기존 3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되고 재건축 초과이익 산정 개시 시점도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춰진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을 진행하는 주요 단지들은 이번 재건축 부담금 제도 개선으로 사업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재건축 부담금 제도 개편은 법률 개정이 필요하고, 분양가상한제 등 정비사업 규제가 여전한 만큼 사업추진에 얼마나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재건축을 통한 조합원 초과이익이 3000만원 이하인 경우 부담금을 면제하고 있으나, 초과이익 기준을 1억원 이하인 경우까지 면제하도록 개선한다.

    재건축 부담금 산정 기준시점도 지금 보다 늦춘다. 현재는 정비사업을 위한 임시 조직인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부터 산정하고 있지만, 조합설립 인가일로 변경한다. 또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는 재건축 부담금을 추가로 감면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과 함께 재건축 '3대 대못'으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재건축 사업추진에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250만가구+α' 주택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도심 정비사업 물량 확보도 중요한 만큼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부합하는 조치라는 평가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는 주요 단지에서는 재건축 추진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 강북권과 경기 외곽 지역 재건축 단지는 부담금이 면제되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도 부담금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지방에서는 최근 규제지역 해제와 맞물려 조합원 지위 양도 등 거래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지만,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회수되고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다한 재건축 부담금 부과로 재건축 사업이 위축되거나 지연되는 부작용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서울 등 도심 주택공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 발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주요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크게 자극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유례없는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국회 통과라는 변수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재초환 개편안은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장기간 계류될 가능성이 높다"며 "또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조합원들의 불만이 여전하고, 금리 인상 기조와 함께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어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도심 내 공급 확대 측면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당장 시장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전국 73개 재건축 조합이 모인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현행 재초환이 불합리하다면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초환은 조금 줄이면 정비사업이 탄력받기 어렵고, 크게 손대면 정비사업 추진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기타 상황 여건 등으로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현실을 더욱 반영해 폐지까지 포함한 제도개선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초환 문제로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추진 단지에는 일부 숨통이 트이는 효과를 주겠지만, 조합원들의 입장에서는 유예 혹은 폐지를 희망하고 있어 여론과의 기대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동국대 겸임교수)는 "재건축 부담금을 일단 감면해주겠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안전진단 완화와 재초환 제도 폐지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