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권 매매 수급지수, 70선 첫 붕괴"이자 감당도 못해"… 2억~3억원 하락 거래 잇달아
  • ▲ 서울 노원구·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210711 ⓒ연합뉴스
    ▲ 서울 노원구·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210711 ⓒ연합뉴스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면서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 대단지에서도 전용 84㎡가 5억원대 거래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금리 인상 예고에 따라 주택 매입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서울 외곽 지역 타격이 커지는 양상이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도봉동 '한신아파트' 전용 84㎡는 6일 5억4500만원(8층)에 팔렸다. 최고가 거래 7억4000만원(14층)에 비해 2억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4월 7억3400만원(17층)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2억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도봉구 쌍문동 '금호 2차' 전용 84㎡는 지난달 23일 5억5000만원(9층)에 거래가 이뤄졌고, '한양 6차' 전용 84㎡도 8월19일 5억5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4월 최고가 6억9900만원(10층)에 거래됐으나 4개월 만에 1억5000만원 떨어졌다.

    강북구 최대 단지인 미아동 'SK 북한산시티' 전용 84㎡는 최근 7억원 선이 무너졌다. 이 단지는 7일 6억5000만원(12층)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11월 최고가 8억9000만원(20층)에 비해 2억4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인근에 있는 '삼각산 아이원' 전용 84㎡도 5일 6억6000만원(3층)에 거래가 이뤄져 지난해 10월 최고가 9억원(10층) 보다 2억4000만원 하락했다.

    시세 통계에서도 노·도·강 지역의 두드러진 하락세가 확인된다. 서울 집값은 매주 하락 폭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17일 기준) 서울에서 도봉구가 전주 대비 0.42% 하락하며 25개 자치구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노원구도 0.41% 떨어져 두 번째로 하락 폭이 컸다.

    집값 선행지표로 통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 수급지수도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연이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결과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수급지수는 76.9로, 지난주 77.7 대비 0.8p 떨어졌다. 2019년 6월2주(76.0) 이후 3년 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 수급지수는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가면 팔 사람이, 위로 가면 살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특히 노·도·강 지역이 포함된 동북권 매매 수급지수는 70.4로, 2012년 7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70선이 무너졌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지난해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가 몰렸던 지역이 더 타격을 받는 것이다. 이들 지역 집값이 크게 빠지자 뒤늦게 수억원대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들은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도봉구 쌍문동 A 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이쪽 지역에서 대출을 끼고 집을 산 2030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며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연말에는 8%까지 오른다고 하니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B 공인 대표는 "요즘은 '급급매'라고 할 만한 저가 매물이 나와도 금리 인상, 집값 하락 걱정에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집이 팔리지 않자 일부 집주인들은 매도를 포기하고 전·월세로 돌려서 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