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변호사법 위반" 판결유사업체들 로펌끼고 불법 비껴가"법조계 자정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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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계약자로부터 금품을 받고 해지환급금 청구 관련 민원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는 불법 '민원대행업체'가 대법원의 '변호사법 위반' 확정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사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업체들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타인의 법률사건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변호사법을 회피하기 위해 법무법인을 끼고 편법영업 중으로 마땅한 재재방법이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대법원이 보험 민원대행 A업체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죄를 확정했음에도 유사 업체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A업체의 경우 대법 판결 직후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생명·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019년 12월 A업체를 형사 고발했고, 서울남부지검은 A업체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2020년 7월 서울남부지법은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이 업체가 명령에 불복하면서 정식 재판이 진행됐다.이에 따라 이어진 올해 1월 항소심 선고에서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유지했고, 이에 불복한 A업체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돼 변호사법 위반죄(벌금 300만원)가 최종 확정됐다.A업체를 비롯한 민원대행업체들은 주로 방송, 유튜브,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이용한 홍보를 통해 민원인을 모집하고, 컨설팅 명목으로 일정 금액의 착수금을 받은 뒤 계약서를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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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체결 이후 업체는 민원인으로부터 보험계약 관련 정보를 받아 보험사 및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한 민원업무를 대행하고, 민원 수용에 성공하면 환급금의 일부(보통 10%)를 성공보수로 받아간다.법원은 이에 대해 "A업체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법률사무를 취급했기 때문에 변호사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이렇듯 대법원 판결 이후 모습을 감출 것으로 보였던 민원대행업체는 이제 '합법의 탈'을 쓴 채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률사무를 대신 수행해 줄 변호사나 법무법인을 파트너로 섭외해 영업하는 방식이다.파트너 제휴를 맺은 변호사나 법무법인에게 법률사무 수행을 맡김으로써 변호사법 위반 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휴를 맺은 변호사·법무법인은 법률사무를 대신 해주고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실제로 'OOAS센터', 'OOO컨설팅' 등 민원대행업체들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자사 홈페이지나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 민원수용 성공 사례를 버젓이 올려놓고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이와 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협회 차원의 대응으로 민원대행업체 중 가장 규모가 컸던 A업체는 결국 폐업했지만, 남은 유사 업체들이 영업을 지속해 피해가 우려된다"며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또 일각에선 수수료에 눈이 멀어 불법 민원대행업체들과 손을 잡은 법무법인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변호사 업무를 침해하는 민원대행업체를 근절하는 데 보험업계가 힘을 쓰고 있는 와중에, 정작 당사자인 법조계가 이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고 불법 민원대행업체와 손을 잡는 변호사나 법무법인들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법조계 내에서도 자정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