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10만건당 민원 수 57건 업계 최고RBC비율 170%대, 당국 권고치 150% 턱걸이금감원 금융소비자 평가서 2년 연속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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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B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작업이 올해에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 민원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도 모자라 회사 건전성마저 위태로운 것으로 나타나 보험사 매물로써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해 11월 보도자료를 통해 "KDB칸서스밸류PEF가 KDB생명 공식 매각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KDB칸서스밸류PEF는 지난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때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으로 설립한 사모펀드다.

    산은은 그간 수차례 KDB생명 매각에 나섰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가장 최근인 2020년엔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2021년 말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지만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서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산은은 올해 1분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2분기엔 매각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실제 계획대로 매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있고 수 년 간 지속된 '브리핑영업'으로 인해 누적된 불완전판매 건수가 소비자 민원 폭증으로 이어져서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DB생명의 계약 10만건당 환산 민원건수는 57.6건으로 생보업계 전체에서 압도적인 1위였다. 실제 건수(1006건)로도 삼성생명(1267건)에 이은 2위였는데 계약건수가 많은 삼성생명의 10만건당 민원 건수는 7.2건에 불과했다.

    유형별로는 전체 1006건 중 956건이 판매 관련 민원이었고 상품별로는 805건이 종신보험 관련 민원이었다. 이는 종신보험을 저축성상품으로 오인시켜 판매하는 브리핑영업의 폐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금감원이 발표한 '2022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에서 KDB생명은 평가 대상 보험사 12곳 중 유일하게 '미흡' 등급을 받았다. 전년도에도 '미흡' 평가를 받아 2년 연속 최하등급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DB생명은 작년 12월 브리핑영업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이 담긴 '민원 감축 및 예방을 위한 특단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게다가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171.06%로 전년 동기(188.76%) 대비 17.7%p 떨어졌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제시하는 권고치(1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기업 신용평가사의 재무건전성 평가도 박하다. 지난 7일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12개 생명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KDB생명만 유일하게 'AA-/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한신평 측은 "대주주 변경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초회보험료가 감소하는 등 영업 기반이 위축됐고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재무건전성 문제가 심화되자 IFRS17 전환 시 기존 계약의 소급 여부를 놓고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수정소급법 대신 공정가치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IFRS17 체제에서 보험사는 계약 판매에 따른 마진인 CSM을 부채로 계상해 놓고 매년 일정 비율로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한다. CSM의 크기가 보험사 가치 측정에 주요한 지표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KDB생명의 선택은 향후 매각 시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동양생명, ABL생명 등 생보사 잠재 매물이 있는 상황에서 KDB생명의 매력도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며 "산은이 5000억~6000억원에 달하는 매각가를 크게 낮추지 않는 이상 올해에도 매각 성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