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경쟁률 작년 5분의 1 수준…이자 부담에 매수문의 '뚝'99실 이하 매물도 인기↓…강남 등서 분양가보다 낮춰 매도
  • ▲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연합뉴스
    ▲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연합뉴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거래절벽 후폭풍이 오피스텔 시장을 덮쳤다. 한때 아파트의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았지만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수익률 감소로 매매가가 떨어지고 잘 팔리지도 않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중도금 납부 등을 앞두고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매수자들이 잇따라 매도에 나서면서 고가 오피스텔이 몰린 강남이나 판교 등을 중심으로 '마피(마이너스프리미엄)'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과 수도권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이 청약 미달이 나오거나, 계약으로 연결되지 않아 추가 분양에 나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은 1만5816실 모집에 8만3720건이 접수돼 평균 5.3대 1을 기록했다.

    작년의 경우 3만7747실 모집에 95만6584건이 접수돼 2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이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지난달 말 인천에서 분양한 '인천계양 유탑 유블레스'는 408실 모집에 겨우 6명이 청약을 신청하는 데 그쳤다. 6개 타입 중 2개 타입은 청약 신청자가 아예 없었다.

    지난 4일 청약을 받은 인천시 서구 청라동 'e편한세상 시티 청라'도 240실 모집에 총 70명만 청약해 미달됐다. 3개 타입이 모두 모집 물량보다 청약자 수가 적었다. '성남 수진역 파라곤'의 경우 570실을 모집했지만 청약자는 201명에 불과했다. 

    서울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8월 분양한 ‘우남 W컨템포287’은 10실 모집에 26건이 신청돼 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관악구의 H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직장인이나 신혼부부가 많은 지역 특성상 오피스텔 수요가 많았지만, 올해 초부터 매수 문의가 점점 줄더니 10월부터는 아예 전화가 뚝 끊겼다"며 "실거주는 물론 투자 목적 문의도 실종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천구 P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99실 이하 소규모 오피스텔은 전매 제한이 없어 투자 수요가 꾸준히 있었는데, 이제는 그나마도 거래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오피스텔은 아파트를 대신한 '알짜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다. 

    청약통장 보유 기간이나 가점, 거주지 제한 등이 없고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대출을 받기 쉬워 특히 30~40대 젊은 수요층으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잇따라 인상되면서 오피스텔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자기자본이 부족한 상황에 대출을 끌어 오피스텔을 매수한 젊은 수요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폭탄에 직면하게 됐다.

    더욱이 오피스텔은 임대 목적으로 분양받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올라 상환할 이자 비용이 커지면 월세로 이를 충당하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늘어난 이자 부담에 하루라도 빨리 매물을 넘기려는 매수자들이 늘면서 마피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판교의 9억원짜리 오피스텔의 분양권을 계약금 10%에서 1000만원 빼고 전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오피스텔에 투자했다가 이자 부담으로 중도금 납부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서울 강남 등 고가 오피스텔이 몰린 지역의 경우 분양가보다 몇 천만원이나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기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에도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편인데,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땐 매도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어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