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권 시세 하락-공사비 증액 부담고분양가 책정시 미분양 우려에 대출도 어려워져시공사 자체자금으로 PF 상환…시공사 입김 세져
  • ▲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221017 ⓒ강민석 기자
    ▲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221017 ⓒ강민석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공사중단 6개월만에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공사지연으로 공사비가 1조원이상 늘어나고 시장도 얼어붙어 분양가가 얼마나 책정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분양가를 높여 분담금을 줄이고 싶지만 청약시장이 얼어붙어 자칫 분양물량을 모두 소진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시공사업단이 자체자금으로 사업비를 상환하면서 건설사들의 입김이 높아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업단은 최근 둔촌주공 재건축 재착공식을 개최했다. 앞서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15일 임시총회를 통해 공사재개 합의문 추인 의결안 등 23개 안건을 모두 통과시키면서 멈췄던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알렸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기존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의 공사비 증액 계약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4월15일 공사를 중단했다. 공정률 52%에 공사를 멈춘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뒤 8월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갈등을 봉합하는데 진척을 보이면서 약 6개월 만에 공사가 다시 이뤄지게 됐다.

    사업이 본궤도에 재진입하면서 조합과 시공사업단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공사 중단으로 늘어난 공사비가 조(兆) 단위에 달한다는 점이다.

    앞서 시공사업단은 조합측에 공사중단 손실 보상금으로 1조1385억원을 통보했다. 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재착공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 공사 중단에 따른 협력업체 손실 등을 포함한 액수다. 여기에 2020년 6월 책정한 공사비 3조2292억원을 더하면 공사 도급금액은 4조3677억원으로 늘어난다.

    공사비가 조 단위로 늘어난 만큼 조합은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원 가구당 추가분담금은 약 1억8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추가분담금 규모가 8000만원 선으로 예상된 것에 비해 2배 이상 뛴 것이다. 손실비용을 반영한 최종 공사비는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올해초 조합은 자체 평가에 따라 분양가를 3.3㎡당 3220만원으로 산정했다. 최근에는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기본형 건축비가 올라 약 3700만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가 산정하는 기본형 건축비는 건설자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올들어 두차례 인상됐다. 7월 1.53% 오른데 이어 2개월만에 또다시 2.53% 상향 조정됐다. 정기조정 기준으로 보면 4.10%가 오른 셈이다.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이면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분양가를 낮출 경우 조합원의 분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조합원 부담을 낮추기 위해 4000만원이든 5000만원이든 가능한 최대한 높은 수준의 분양가로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바람대로 분양가가 올라가면 일반분양자들의 청약자금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분양가를 3.3㎡당 3700만원으로 책정하면 전용 59㎡의 분양가도 9억원을 넘어 청약을 받은 사람은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자금 부담이 커진다.

    입주권 가격도 1년새 큰폭으로 하락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8월 전용 84㎡ 입주권은 17억39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23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6억원 넘게 하락한 것이다.

    최근 금리인상으로 부동산시장뿐아니라 청약시장까지 얼어붙고 있는 만큼 미분양 위험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 경우 시공사업단 입장에서도 부담인 만큼 분양가 인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최근 사업 PF가 차환 발행에 실패하면서 시공사업단의 목소리가 커질 공산이 크다.

    BN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28일 만기가 도래하는 둔촌주공 PF의 자산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에 실패했다. 증권사들은 기존 사업비 7000억원에 추가로 1250억원을 더해 총 82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최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부동산PF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자금시장이 더욱 경색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조합은 8월 NH농협은행 등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대주단에 7000억원의 조합 사업비 대출 만기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조합은 시공사업단의 보증을 받아 ABSTB(만기 66일)를 발행해 사업비 대출을 대주단에 상환했다. 이때 발행한 ABSTB 만기가 28일이어서 차환 발행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결국 부담은 보증을 선 시공사업단이 떠안게 됐다. 건설사별 보증액은 사업 지분에 따라 △현대건설 196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750억원 △대우건설 1645억원 △롯데건설 1645억원이다.

    사별로 28일까지 채권발행을 위해 금융기관 등 외부와 협의를 진행해 보고 안되면 자체자금으로 내년 초 일반분양까지 공사비를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업단이 자금조달을 맡게 되면서 분양가 산정에도 입김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일반분양을 진행하는 단지에서 분양가 상승으로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일부 평형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할 수 있다"며 "조합은 분양가를 높이면 분담금을 줄일 수 있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 등으로 청약시장 경기가 악화한 점을 고려해 분양가 인상을 좌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19일 강동구청에 분양가 심의를 신청했으며 내달 9일까지 일반분양가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일반분양은 이르면 내년 1월이 될 전망이다.

    분양가 책정의 열쇠는 강동구청이 쥐고 있다. 재건축 사업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인 만큼 지방자치단체인 강동구에서 분양가심의위원회를 통해 분양가 심사를 거쳐 최종 분양가를 산정하게 된다.

    강동구청측은 "공동주택 산정규칙에 따라 부동산원에서 감정평가한 택지비와 국토부에서 고시하는 건축비, 기타 가산비로 분양가를 산정한다"며 "여기서 공사비 인상과 관련한 가산비 항목의 적정성을 정량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강동구 둔촌1동 170-1 일대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총 1만2032가구 규모의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새롭게 짓는 사업이다. 1만가구가 넘는 대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인 만큼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으로 불린다. 일반분양 물량은 4786가구에 달하며 조합원 수는 6100여명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