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관계자, 31일 "경찰, 집회‧시위 아니면 통제 권한 없어"경찰관 직무집행법 "'극도 혼잡' 상태서 질서 유지 위한 개입 가능""행안부‧경찰청장 등 직무유기"... 시민단체 중심 고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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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관계자가 어제(31일) 자발적 행사에 대한 경찰의 통제 권한이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는 발언을 두둔하는 과정에서 나온 해명인데, 현행법상 명백히 경찰은 '극도의 혼잡' 상황에선 신고나 요청이 없어도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책임소재를 가리기는커녕 법적 검토도 없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대통령실 관계자는 3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을 통제할 법적·제도적 권한은 없다"며 "주최 측의 요청이 있거나 주최 측의 안전관리계획상 필요한 경우엔 경찰이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지만 주최 측이 명확치 않을 경우 법적, 제도적으로 권한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대통령실의 발언과 달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는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관에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해당 조항에 따르면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天災) ▲사변(事變)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조치를 할 수 있다.이번 이태원 핼로윈 축제의 경우 3년 만의 마스크 없는 행사였기 때문에 예년보다 많은 10만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즉 핼로윈 기간 이태원 일대를 ‘극도의 혼잡’ 상태로 보아 필요한 조치에 나설 수 있었단 뜻이다.여기서 경찰관이 할 수 있는 조치는 그 장소에 모인 사람, 사물(事物)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는 것과 매우 긴급한 경우에는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필요한 한도에서 억류하거나 피난시키는 것을 말한다."이태원 참사 당일에 ‘극도의 혼잡’ 상황 접목 가능"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의 법적 권한'에 대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를 보면 위험 발생의 방지라고 돼있다"며 "지금 이 상황에 접목하는 게 '극도의 혼잡'이다. 극도의 혼잡이 있을 때 장소에 모인 사람에게 경고할 수 있고,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할 수 있고 직접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이 교수는 "여러 영상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그 정도의 혼잡이 발생했다면 질서유지뿐 아니라 사람들 간 사이를 벌려놓는다거나, 이동시키는 등 상황에 맞는 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도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경찰 직무에 국민의 생명, 안전, 질서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극도의 혼잡한 경우나, 생명의 위험이 있을 위험한 경우에는 당연히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일각에선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직무유기죄로 고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했다.재난관리법 제36조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이나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재난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재난관리법에 따라 경찰은 위법발생 방지조치를 하고 행안부 장관은 재난사태를 선포했어야 한다"며 "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직무유기죄, 직권남용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시민단체, 이상민 장관 등 직무유기 혐의 공수처 고발실제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1일 이태원 참사 관련 부처의 부실대응을 이유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이런 가운데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사퇴 압박도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이 장관은 사고 직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소방이 원인인지 의문이다" "경찰을 더 배치했어도 통제됐을지 모르겠다"는 등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일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이에 이 장관은 1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