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보험사 손해율 300~400%주범은 '누수사고'… 나눠먹기 횡행인테리어 비용과 동산 손해액까지
-
손해보험사들이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 특약의 손해율 악화로 골치를 썩고 있다. 보험 가입자의 모럴해저드와 이를 부추기는 '양심불량' 업자들의 합작품이다.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A손보사의 9월 누계 기준 일배책 손해율은 무려 415.5%에 달한다.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415.5원을 지급했다는 뜻이다. 이 보험사는 지난해 손해율도 393.4%로 높았는데, 올해 더욱 악화됐다.다른 손보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B손보사의 경우 지난해 손해율이 322%, 올 상반기 누계 기준 299.6%다. C손보사도 300%에 살짝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5대 손보사가 지난해 지급한 일배책 관련 보험금은 어림잡아 3000억원 대로 추정된다.일배책은 가입자가 일상생활 중 타인의 신체나 재산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그 손해를 대신 보상해주는 담보로, 단독 상품이 아닌 특약 형태로만 가입할 수 있다. 한 달 보험료가 1000원 남짓임에도 사고 발생 시 최대 3억원을 보상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가성비가 좋다.주로 보상하는 사고로는 ▲누수로 인한 아랫집 손해(건당 평균 180만원) ▲자전거 타다 사람·자동차 충돌(150만원) ▲개 물림 사고(200만원) ▲휴대폰 등 전자기기 파손(20만원) 등이다.보험사 입장에서도 수익성 높은 보장성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일종의 '미끼상품'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단, 손해율이 일정 수준으로 관리가 된다는 가정 하에 그렇다는 뜻이다.일배책 특약의 손해율을 높이는 주범은 단연 '누수 사고'다. 일배책은 내 집의 누수로 인해 다른 집에 피해를 줬을 때, 그 집의 도배·장판 등 인테리어 비용과 물건 손해액과 더불어 '손해방지비용' 명목으로 내 집에 대한 수리비도 보상받을 수 있다.이를 악용한 누수 탐지 업체들은 누수 피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배책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가입돼 있지 않다면 협력 관계인 보험설계사를 소개해 가입까지 시킬 정도로 치밀한 모습을 보인다.피해를 본 집의 인테리어 비용까지 보상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 인테리어 업체를 섭외해 놓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엔 법적 분쟁을 대비해 법무법인까지 끼고 영업에 나서고 있다.이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공사비를 '뻥튀기'해 보험금을 타낸 뒤, 가입자와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 방식을 취한다. 가입자 입장에선 솔깃한 제안일 수밖에 없다.문제점을 인지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020년 '누수사고시 책임보험계약상 손해방지비용의 범위' 관련 보험사와 가입자 간 분쟁조정에서 '누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공사비용'만 보상하도록 결정했다.2013년에 있었던 분조위에선 위와 유사한 건에 대해 누수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누수 차단을 위한 공사비를 전액 보상하도록 판단한 바 있다. 손보업계는 2020년 판단을 계기로 일배책 손해율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2년이 흐른 현재 손해율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이와 관련,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누수 사고 관련 모럴해저드 문제는 수 년 째 지속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누수 외에도 일배책 보상 사례 등 정보가 대중들에게 많이 퍼져 있어 당분간 손해율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