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잔액 850조… 한달새 50조 증가대출금리 연쇄 상승 부작용도 "금리경쟁이 주요 변수… 2금융권 유동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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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이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성 수신과 정기예금 같은 저축성 수신까지 대거 흡수하면서 정기예금 잔액이 850조에 육박했다.

    특히나 지난 한달새 47조가 증가했다.

    안전자금 선호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되레 대출금리 인상을 부채질하고 2금융권 유동성 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단기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지자 당국은 은행채 발행을 억제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정책자금 지원에 나서야 하는 은행들로서는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만큼 당분간 은행권 자금유입은 계속될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0월 말 정기 예금 잔액은 847조 229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10월까지 164조원이 정기예금에 유입됐는데 지난달에는 9월 말(799조 8141억 원) 대비 47조 4152억원이나 불었다. 

    7월부터 9월까지 매달 20조~30조원씩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연중 최대 규모다. 

    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빠르게 흡수하는 요인은 금리우위다.

    7월부터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시작되면서 정기예금 금리는 5%에 이르렀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자금들이 이동한 배경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추가 상승 전망까지 나오면서 저원가성 요구불예금 마저 움직였다. 기업들도 투기대기자금을 정기예금으로 옮기는 모양새다.

    은행권 자금쏠림이 심해지면서 자연스레 채권시장도 움추러들고 있다. 은행 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와 여전채, 캐피탈채 등의 조달이 막히고 있다.

    문제는 악순환이다. 저원가성 예금 이탈에 대비하고,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막힌 기업들의 대출 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은 유동성을 늘리거나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의 자금경색을 풀기 위해 금융지주들이 100조 가까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만큼 당분간 금리경쟁을 통한 예금 유치전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은행의 수신금리 경쟁은 곧바로 대출금리 연쇄상승을 부르고 비은행권의 유동성 공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 간 정기예금 금리경쟁은 현 시점에서 중요한 변수”라며 “부동산 PF 자금을 공급한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의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은행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인 코픽스 금리 역시 빠르게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