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추락… 한신평 "재검토"'자회사형 GA 설립' 악영향사실상 총수 개인회사… 태광그룹 지원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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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옵션 행사와 관련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흥국생명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 비율에 비상등이 켜졌다.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GA 자회사 설립 등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관건은 56%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증자 여부로 금융당국의 압박도 시작됐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전날인 9일 5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을 완료했다. 

    우선 회사 내부자금으로 상환을 진행했으며, 향후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과 보험사 대출, 모회사인 태광그룹의 지원을 받아 충당할 방침이다.

    앞서 흥국생명은 시중금리 상승으로 인해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 1일 콜옵션 행사를 연기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후 예상보다 채권 시장에 혼란이 커지자 지난 7일 이를 번복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시장은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당사자인 흥국생명의 신뢰도는 곤두박질 쳤다.

    한신평은 "흥국생명, 콜옵션 행사 결정으로 자본비율 하락 예상된다"며 "실질 자본적정성을 판단해 신용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의 6월말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157.8%로 금융감독원 권고치(1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번에 관례를 깨고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했던 것도 내부 자금으로 상환 시, RBC비율이 당국 권고치 밑으로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재무건전성 우려는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자회사형 GA 설립'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9월 금감원에 GA 설립 인가를 신청했으며, 통상 2개월 뒤 발표가 나오는 점에 비춰 이달중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감독규정에선 보험사가 자회사를 설립하려면 RBC비율과 유동성비율이 각각 150%, 100%를 넘겨야 한다. 6월 말 기준으로 보면 흥국생명의 유동성비율도 103%로 기준치에 간당간당한 수준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2018년에도 자회사 설립에 도전했으나 유동성비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실패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증자를 통한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은 현재 흥국생명 지분 5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실제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에 참석해 "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아 대주주의 증자와 콜옵션 행사를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흥국생명도 전날 콜옵션 미행사를 번복하면서 태광그룹의 자본확충 지원 계획을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증자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걸림돌은 또 있다.

    모그룹이 흥국생명으로 인해 야기된 금융시장 혼란을 수습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사실상 총수 개인회사를 위해 그룹 계열사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작년 10월에 출소한 이 전 회장은 취업 제한(5년)에 걸려 공식적으로는 회사 경영에는 복귀할 수도 없는 상태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GA 자회사 설립의 경우 9월 말 기준으로 RBC비율과 유동성비율 모두 기준치를 충족한다"며 "또한 연말까지 그룹 차원의 자금지원이 계획돼 있어 재무건전성 문제로 GA 설립 인가가 거부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