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폐지 요구…24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돌입국토부, 화주 사전운송 독려 등 대책 마련6월 총파업 잘못 꿴 첫 단추 지적도
  • ▲ 지난 6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출정식.ⓒ연합뉴스
    ▲ 지난 6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출정식.ⓒ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오는 24일부터 또다시 집단운송거부(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태도다. 법 개정 압박용 카드로 해석되지만 물류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복합위기로 경제가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노동 리스크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오는 24일 0시부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전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의 과로·과적·과속운행을 개선하고자 도입한 최소 운임제도다. 우선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품목만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일몰제로 시범도입돼 시행 중이다.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주는 화주는 50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화물 물동량이 줄고 육상·해운 운임은 오르면서 화물운송업계뿐 아니라 화주들도 어려움을 호소한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화주협의회는 안전운임제로 육상 운임이 단거리 기준으로 최소 30% 올라 연장이나 확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7일 집단운송거부라는 실력행사에 나섰고, 국토부는 안전운임제를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연장 시한과 품목확대 등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여야 합의로 구성한 국회 민생경제안정특위는 법안 처리에 있어 아무런 진전 없이 종료됐다"며 "급기야 합의 당사자인 국토부가 앞장서 합의를 파기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이번 파업은 유례없이 강력한 총파업으로 일시에 모든 산업을 멈추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에는 벌써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 전체 조합원 2300여명이 모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파업 때 부산지역에선 파업 사흘째 시멘트 공장 출하 차질이 발생했고 파업 닷새째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파업 전과 비교해 66.3%까지 떨어진 바 있다.

    국토부는 파업에 대비해 물류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수송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화주들에게는 파업 전 운송물량을 미리 실어나르도록 당부하고 나섰다. 해양수산부에는 주요 항만별 컨테이너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을 무리가 없도록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방자치단체에도 위기상황에서 자가용·쉬는 차량 등 대체 수송차량 지원에 나설 수 있게 준비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 ▲ 화물연대 총파업.ⓒ연합뉴스
    ▲ 화물연대 총파업.ⓒ연합뉴스
    일각에선 화물연대의 이번 총파업 결정을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엄포용 카드로 보는 시각도 없잖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연장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법안을 대표발의한 야당은 (기본적으로) 화물연대측과 같은 입장이고 여당은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은 고려해볼 만하다는 긍정적인 분위기지만, 폐지까지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화물연대가 정부·여당에는 전향적인 협조를, 수적 우위에 있는 야당에는 적극적인 법 개정을 압박하려고 총파업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견해다.

    다른 일각에선 화물연대의 이번 결정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물류대란마저 발생하면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적잖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인식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 6월 총파업 당시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정부가 집단시위를 벌인 이해집단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며 "현재의 안전운임제가 문제가 있어 일몰하기로 했으면 그렇게 해야지 반도체, 자동차, 소주 출하까지 못 하게 힘을 과시한 이해집단에 끌려다니면 노동개혁은 물 건너간다"고 지적했었다.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헌법 위에 '뗏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지 않고 밥그릇 챙기기 위한 실력행사에 (정부가) 요구를 다 들어주면 법과 원칙이 세워지겠느냐"고 아쉬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