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출고, 할인 내세우며 이용 부추겨폭스바겐·도이치 8% 안팎… 벤츠·BMW 최고 10% 육박초저금리로 본사나 특수관계인 자금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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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차업계가 최근 전기차까지 앞세워 국내 자동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국산차에 비해 높은 할인금액을 제시하는 이른바 '가격 마케팅'에 우선 출고공세까지 펼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할인 이라기 보다 할부에 가깝다는 평가다. 고금리 자사의 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면서 차 판매도 늘리고 수익도 올리는 이중 전략인 셈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9월 신형 전기차 'ID.4'를 출시하면서 폭스바겐파이낸셜로 출고해야 차량을 빨리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해 논란이 됐다.

    사전예약을 받아놓고 자사의 할부금융사 이용자에게 차량 인수 우선권을 준 것이다. SUV임에도 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하면 4000만원 중반대에 구입이 가능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 지자체 보조금를 받지 못할 수도 있어 소비자들은 폭스바겐파이낸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폭스바겐파이낸셜의 60개월 할부금리는 연 7.7%로, 연 4%대의 카드사 할부 금리의 2배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BMW코리아도 BMW파이낸셜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출고 우선순위를 배정해줘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당시 반도체 대란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겹치면서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기다려야 차량을 받아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사의 파이낸셜 서비스에 가장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차량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금리가 높더라도 이용하게 된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중 수입차를 취급한 할부금융사들의 대출 평균금리는 신차 기준 연 3.70~8.63%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3분기 동안 동일 조건의 고객이 실제 적용받은 평균금리다.

    삼성카드가 3.70%로 가장 낮았으며 NH농협캐피탈(4.09%), 하나카드(4.24%), 롯데카드(4.30%)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도이치파이낸셜(8.63%), 포르쉐파이낸셜(8.56%), 폭스바겐파이낸셜(7.55%), 도요타파이낸셜(6.12%) 등 수입차 파이낸셜서비스의 금리는 2배 가까이 높았다.

    수입차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BMW파이낸셜(4.87%)과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5.14%)의 평균 금리는 비교적 낮았으나 최고 금리가 BMW파이낸셜 9.49%,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 8.58% 등 10%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국내 캐피탈 업계의 신차 할부금융 금리가 오른 것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 레고랜드 사태 등 채권시장 환경 악화 등으로 조달 금리가 상승한 여파다. 은행처럼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는 여신전문금융채권(이하 여전채)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여전채 금리가 6%대로 뛰면서 할부금융 금리에 그대로 반영됐다.

    하지만 수입차 할부금융사들은 다르다. 벤츠파이낸셜은 과거부터 차입금을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했다. 차입금은 외부 금융사 외에 해외에 있는 특수관계자를 통해 매해 수천억원을 융통받았다.

    BMW파이낸셜 역시 본사 등 특수관계자를 활용해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폭스바겐파이낸셜도 최상위 지배회사인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AG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수입차 업계는 초저금리로 본사나 특수관계인 등으로부터 자금조달을 한 뒤 고객에게 차를 팔 때는 8~9%대의 고금리가 적용된 전용 할부금융상품을 유도하며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전문가는 "수입차 전용 할부금융상품은 구매 시점에서는 구입 문턱을 낮추는 측면이 있지만 결국 고금리 장사일 뿐"이라며 "차를 저렴하게 많이 팔아 금융서비스로 수익을 남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