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주·단조 제품, 풍력발전용으로 영역 확장폴란드·체코·사우디·영국 등 추가 원전수주 기대박정원 회장, 원전·풍력사업 ‘품질 경쟁력’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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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가 에너지 전환의 핵심으로 꼽히는 원자력과 풍력발전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대규모 수주성과가 본격화한 가운데 해상풍력 시장에서도 크고 작은 계약을 따내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21일 업계에 따르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회동에서 사우디에 건설 중인 주·단조 공장사업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우디가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구축에 필요한 에너지 관련 사업 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사우디는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2만6500㎢ 면적의 ‘네옴시티(Neom City)’ 건설을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60조원)에 달하는 네옴시티는 석유에 의존해온 경제에 수소·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더해 친환경 생태계로 전환하고자 고안된 미래도시로, 두산에너빌리티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두산에너빌리티는 올 초 사우디 아람코와 주·단조 합작회사 ‘Tuwaiq Casting & Forging’를 설립하고 사우디 동부지역에 연간 6만톤의 주·단조품 생산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사우디 최대 규모로 2025년 1분기 완공될 이 공장의 사업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합작회사는 사우디 내 석유화학 플랜트용 펌프·밸브, 조선·해양 플랜트용 기자재에 소요되는 주단조 소재를 주력으로 생산하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장기적으로 풍력발전 플랜트 및 발전 플랜트용 주·단조 제품까지 생산 영역을 확대, 신재생 에너지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이번 합작회사는 특히 사우디의 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적 거점 역할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주·단조는 지난 40년간 두산에너빌리티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분야로, 제조산업의 뿌리이기도 하다. 사우디가 이를 내재화함에 따라 산업 전반에 걸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두산에너빌리티가 사우디에서 원전 관련 추가적인 성과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1조6000억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자력발전소 터빈 관련 기기 건설공사를 따내는 쾌거를 올렸다.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주기기 공급 외에 해외원전 건설공사를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주기기 외 터빈 시공능력에서도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집트에 이어) 폴란드와 체코에서도 대형원전 사업 수주가 예상된다”며 “그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네덜란드, 영국, 핀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루마니아, 필리핀 등에서도 사업을 검토 중으로 해당 지역 내 한국과 미국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이어 “점점 더 중요해져 가는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 속에서 글로벌 원자력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한국과 미국 모두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기기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 주기기 제작업체로, 미국의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 사업 등 ‘투트랙 전략’으로 성장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앞서 지난 6월 세계 해상풍력 1위 기업 지멘스가메사(SGRE)와 협력관계를 구축한데 이어 이달에는 덴마크 국영 에너지기업 오스테드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급 협력을 약속했다.박정원 회장도 두산의 미래를 책임질 원전 및 풍력 사업을 직접 살피며 격려에 나서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주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를 방문해 원전 공장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100MW 규모 제주한림해상풍력 주기기 제작현장과 수소액화플랜트 건설현장을 둘러봤다.박 회장은 “해외 곳곳에서 한국의 원자력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자부심을 갖고 좋은 제품으로 고객의 눈높이를 뛰어넘도록 힘을 기울이자”며 “미래를 위해 준비한 회사의 차세대 에너지 사업들이 국가 에너지 수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차질없이 진행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