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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정지 러시아 ETF, 한투운용 부실운용 논란 제기

상폐 공지 직전 일주일간 개인투자자 246억 매수내년 말까지 상장은 유지…투자금 보전 난항예상투자자단체 소송 준비 "최소한의 보호조치 없었다"

입력 2022-12-07 09:27 | 수정 2022-12-07 17:17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 중인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이 해당 ETF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인지한 이후에도 부실한 대응으로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자산가치가 사실상 0원을 선언하기 직전까지 투자자 보호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고객들의 신규 매수도 지속됐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3일 오후 5시40분 한투운용은 투자자들에게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모든 지수에서 러시아를 제외하기로 하면서 러시아 주식값을 0.00001달러로 계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전쟁이 최초 발생한 시점은 2월 24일이고, 3월 3일까지 5거래일간 개인투자자들은 246억원치의 해당 ETF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들이 255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MSCI 측이 러시아를 퇴출할 가능성을 제기한 2월 28일이라는 점을 감안, 투자자들은 한투운용 측이 이날 이후 상장폐지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해당 상품을 운용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MSCI 지수 연구 책임자이자 지수 정책 위원회 의장인 디미트리스 멜라스는 2월 28일(현지시간) "고객과 투자자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다면 러시아 증시를 계속 포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MSCI 러시아'를 없애거나 러시아를 MSCI EM(신흥국) 지수에서 제거하는 방안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국내 타 자산운용사들은 줄줄이 러시아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 절차에 들어갔다. 한화자산운용은 3월 2일 한화러시아펀드 신규 설정과 환매를 중단하기로 하고 판매사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으며, 신한·키움자산운용 등도 자사 러시아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한투운용은 이 시점에서도 "해당 ETF는 MSCI EM이 아닌 MSCI 러시아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는 점에서 상장폐지 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당 ETF의 기초지수는 MSCI EM이 아닌 'MSCI Russia 25% Capped Index'로 해당 ETF와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3월 3일 긴급공지를 통해 해당 ETF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다며 하루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3일 오후 MSCI 측에서 MSCI 모든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해 0.00001 가격을 적용한다는 의견을 통보했다는 이유에서다.

한투운용의 러시아 ETF는 MSCI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해당 가격 적용이 현실화되면 ETF의 가격도 사실상 '0원'이 된다. 만약 상장폐지가 될 경우 큰 자산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해당 상품은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매매가 가능했다. 러시아MSCI ETF 투자자 가운데 다수는 연금저축 및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 투자자는 "러시아가 망하지 않는 한 해당 ETF가 상장폐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퇴직연금을 통해 투자했다"라며 "만약 한투운용 측에서 해당 ETF의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일찍 알리거나 경고했다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 가치를 지향하며 고객들에게 신뢰를 쌓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회사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투운용이 해당 ETF가 '0원'이 되기 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조기 상장폐지를 진행하거나 상장폐지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등 투자자들의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섰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실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116조 및 시행세칙에 따르면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ETF의 상장폐지가 필요하다고 거래소가 인정하는 경우 ETF는 조기 상장폐지될 수 있다.

즉 한투운용 측에서 한국거래소에 해당 ETF의 조기 상장폐지를 적극 건의하고 협의했다면, 해당 ETF가 휴지 조각이 되기 전 투자자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MSCI는 이미 2월 말부터 러시아에 대해 루블화 변동성 확대, 서방의 경제 제재, 거래 규제 등으로 인해 투자 불가능한 시장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라며 "한투운용은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투자자 보호에 나섰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ACE 러시아MSCI(합성) ETF는 지난 3월 7일부터 매매가 정지된 상태다. 회사 측은 이 상품을 내년 말까지 상장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말은 해당 ETF의 스왑 거래상대방이 헤지 자산으로 보유한 'iShares MSCI Russia ETF'의 청산이 완료되는 시점이다.

다만 현재로선 내년 말이 지나도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온전히 보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해당 ETF 투자자들은 한투운용을 상대로 소송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약 70명의 투자자들은 현재 '한투운용 러시아 ETF 피해자 모임'(가칭)이라는 조직을 꾸리고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ACE 러시아MSCI(합성) 투자자들이 가장 크게 문제 삼는 점은 한투운용이 해당 상품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되기 전 투자자 보호 조치를 위한 아무런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투자자는 "상장폐지 가능성을 공지하기 전날까지만 해도 회사 측은 해당 ETF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며 "특히 투자자들은 이미 러시아 펀드 및 ETF에 대한 경고가 전 세계적으로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한투운용측은 "회사 공지를 통해 2월 25일부터 3월 4일까지 수차례 투자 유의사항 등을 공지했고 거래소도 관련 위험성을 수시공시를 통해 하루에 몇 차례씩 알렸다"고 밝혔다.

또 "투자자보호를 위해 거래소와 협의해 할 수 있는 첫번째 조치는 거래정지이며 이는 3월 4일에 이뤄졌다"며 "거래소 공시에 맞춰 관련 내용을 널리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 공시, 기자단 공지 등 가용한 수단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홍승빈 기자 hsbrobin@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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