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사장 "차원이 다른 새로운 경험 선사할 것"전면부 그릴, 헤드램프 등 파격적인 디자인 적용원스포크 스티어링 휠, 각그랜저 향수 떠올리게 해안정적인 주행감, 정숙성 등 장점, 가격은 단점
  • ▲ 기착지에 신형 그랜저 차량들이 주차된 모습. ⓒ김재홍 기자
    ▲ 기착지에 신형 그랜저 차량들이 주차된 모습.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가 7세대 신형 모델로 돌아왔다. 그랜저는 지난 1986년 출시된 후 현재까지 고급 세단의 명성을 이어왔다. 특히 1세대 ‘각그랜저’는 ‘회장님 車’라고 불리며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랜저는 2010년대 이후 제네시스 G90에 현대차그룹 세단 ‘기함’의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2016년 6세대 모델을 선보인 후 지난해까지 5년연속 국내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지킬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했다. 

    현대차는 이번 신형 그랜저를 선보이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품격 세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 ▲ 전면 그릴 디자인은 그야말로 강렬함을 선사한다. ⓒ김재홍 기자
    ▲ 전면 그릴 디자인은 그야말로 강렬함을 선사한다. ⓒ김재홍 기자
    장재훈 사장은 지난달 14일 온라인 출시 행사에서 “신형 그랜저는 지난 36년간 쌓아온 브랜드 헤리티지 위에 시장의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는 첨단 신기술과 디테일이 더해진 혁신적 모델”이라며 “지금까지의 그랜저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드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달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진행된 전시행사에서 그랜저의 실물을 본 후 1달 만인 이달 8일 시승을 하게 됐다. 이번 그랜저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단연 ‘파격’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전면 그릴부터 강렬한 면모를 선사했다. 지난 6세대 페이스리프트에서도 과감한 그릴 디자인이 시도됐지만 이번 신형에서는 언뜻 현대차의 대형 RV ‘스타리아’의 전면부가 연상되는 모습이었다. 
  • ▲ 신형 그랜저의 전장은 5035mm에 달한다. ⓒ김재홍 기자
    ▲ 신형 그랜저의 전장은 5035mm에 달한다. ⓒ김재홍 기자
    두툼한 두께의 그릴에 가느다란 수평형 LED 램프의 조합은 플래그십 세단에서 반영하기 힘든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차에서는 “그릴과 램프 디자인이 조화를 이뤄 강력한 인상을 자아낸다”고 했지만 체감은 ‘그 이상’이었다. 

    프레임리스 도어,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 등도 새로운 시도였다. 후면부에도 슬림한 라인의 리어 콤비 램프가 보였다. 처음에는 전면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으로 봤는데, 다시 보니 오히려 후면부에서 반응이 다를 것 같았다. 

    다만 과거 유출사진으로 봤을 때 보다 실물 모습이 훨씬 고급스럽고 매력적이었다. 차체는 확실히 커보였다. 전장은 5035mm로 기존 모델보다 45mm나 길어졌다. 그랜저보다 상위 모델인 제네시스 G80(4995mm), 경쟁 모델 기아 K8(5015mm)보다도 길다. 휠베이스도 10mm 늘어난 2895mm로 공간성을 확보했다. 
  • ▲ 전반적으로 깔끔한 분위기에 수평 디자인이 적용된 점이 눈에 띈다. ⓒ김재홍 기자
    ▲ 전반적으로 깔끔한 분위기에 수평 디자인이 적용된 점이 눈에 띈다. ⓒ김재홍 기자
    차량에 탑승했는데 내부 디자인은 깔끔하면서 넓어보였다. 12.3인치 대화면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이 일체형으로 통합된 디스플레이는 중앙 하단에 위치한 풀터치 10.25인치 대화면 통합 공조 콘트롤러와 조화를 이루며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또한 디스플레이와 송풍구의 수평 라인도 돋보였다. 

    원 스포크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은 과거 각그랜저의 향수를 자아냈다. 기자와 같이 어린 시절에 각그랜저의 추억이 있는 운전자들에게는 과거 레거시(유산)가 떠오를 수 있는 부분이다. 운전석 앞부분에 ‘Calligraphy’라고 쓰여있어서 시승 차량이 캘리그래피 트림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번 신형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컬럼 타입의 전자식 변속 레버가 장착된 점이다. 기존 모델에서는 버튼 방식이 적용됐었다. 현재 현대차그룹 라인업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 전기차에 제한적으로 컬럼식 기어가 탑재됐다. 

  • ▲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스티어링 휠. ⓒ김재홍 기자
    ▲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스티어링 휠. ⓒ김재홍 기자
    컬럼식 기어를 비롯해 계기판 그래픽, 실내 지문 인증 버튼 등에서 미래적인 느낌을 받았다. 또한 기어가 스티어링 휠 부근으로 이동하면서 센터 콘솔의 공간이 더욱 넓었다. 플로어 콘솔은 수납하기 편했는데, 공간 내부에는 자외선 살균 기능이 적용됐다. 

    뒷좌석에도 앉아봤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만족스러웠다. 다만 기존 그랜저의 광활했던 공간감에 비해서는 약간 좁아진 것 같았다. 그리고 뒷좌석에서 통풍과 열선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본격적으로 주행하기 전에 공조 설정 등도 조작해봤다. 먼저 디스플레이 왼편 ‘CUSTOM THEME’을 누르니 온도, 열선, 통풍 등을 조작할 수 있는 화면이 나왔다.
  • ▲ 컬럼식 기어가 적용된 것도 특징이다. ⓒ김재홍 기자
    ▲ 컬럼식 기어가 적용된 것도 특징이다. ⓒ김재홍 기자
    그 후 ‘NORMAL THEME’을 누르니까 에어컨, 풍향 등을 설정할 수 있었다. 다시 ‘SIMPLE THEME’을 터치하니 ▲시원하게 ▲따뜻하게 ▲쾌적하게 ▲공기청정 등을 선택할 수 있었다. 처음에 적응이 잘되지 않았는데, 몇 번 하니까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혁신적인 시도가 많았는데, 그 가운데 과거 레거시를 반영하려는 의도가 보였다. 기존 모델에 비해서는 상품성이 확대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G80를 뛰어넘는다는 ‘하극상’은 없다고 판단됐다. 

    시승 차량은 가솔린 3.5 모델 AWD 캘리그래피 풀옵션 모델이며, 가격은 5605만원이다. 3.5 GDI 모델의 최고출력은 300마력, 최대토크 36.6kgf.m의 성능을 갖췄다. 2.5 GDI의 198마력, 25.3kgf.m보다 제원상 훨씬 우수하다. 
  • ▲ 2열에서도 통풍, 열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김재홍 기자
    ▲ 2열에서도 통풍, 열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김재홍 기자
    시승구간은 경기도 하남에서 의정부 부근 카페까지 약 58km를 주행하는 코스였다. 출발하기 직전 안내요원이 ‘e- hi-pass’가 차량에 탑재됐기 때문에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 구간으로 통과하라는 설명을 들었다. 현대차는 카페이와 연계해 세계 최초로 실물 하이패스 카드 없이 유료도로 통행료 결제가 가능한 e- hi-pass를 적용했다. 

    하남 시내구간에서는 차량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천천히 운전했다.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찾았는데, 스티어링 휠 하단에 위치했다. HUD를 통해 각종 주행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굳이 내비게이션 화면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주행경로는 물론 후측방에서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건 장점으로 보였다. 

    그랜저라는 이름값에 부응이라도 하듯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주행감이 느껴졌다. 2.5 모델이 아니라 3.5 모델이라 좀 더 여유로운 운전이 가능했다. 
  • ▲ 신형 그랜저의 주행 모습. ⓒ현대차
    ▲ 신형 그랜저의 주행 모습. ⓒ현대차
    정숙성도 만족스러웠다. 조금씩 속도를 높여봤는데 시속 100km 이하에서는 풍절음이 크지 않았고 하부 소음이 약간 들렸다. 그랜저의 타깃 고객층이 정숙성을 중시하는 점을 반영해 이중 접합 차음 유리가 전 석에 장착됐다. 

    또한 프레임리스 도어 주변 윈드 노이즈를 차단해주는 3중 실링 구조를 적용했다. A필라에 위치한 픽스드 글라스(고정창) 두께를 6mm로 늘리면서 프리미엄 세단에 걸맞는 정숙성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전반적으로 혁신적인 전면 디자인, 미래지향적인 내부 디자인과 달리 승차감은 무난하고 안락했다. 

    고속도로 1차선으로 차선을 이동했다. 차량 통행이 여유로웠는데 앞 차와의 거리가 다소 벌어져있어서 스포츠 모드로 바꾼 후 속도를 높여봤다. 예상보다 원활하게 가속이 되면서 앞 차와의 거리를 금방 좁힐 수 있었다. 
  • ▲ 연비는 9.9로 공인연비보다 높게 나왔다. ⓒ김재홍 기자
    ▲ 연비는 9.9로 공인연비보다 높게 나왔다. ⓒ김재홍 기자
    차량에 적응되자 각종 안전기능들도 사용해봤다. 고속도로 주행보조2(HDA2)와 내비게이션 기반 스미트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했더니 미리 설정한 속도와 차간거리에 맞춰 부드럽게 속도를 줄이고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위험이 감지되면 햅틱 경고가 이뤄져서 미리 대비할 수 있었다. 또한 차선을 이탈하면 강하게 핸들 조향에 개입했다.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으로 구현되는 음악을 들으며 상쾌하게 시승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주차를 할 때 서라운드 뷰 기능을 사용했는데 3D 입체 화면이 구현됐고 터치로 화면에서 차량을 이리저리 옮길 수 있었다. 

    시승 후 연비를 확인해보니 9.9km/ℓ이 나왔다. 기착지에 도착할 때 10.6km/ℓ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고속주행 비중을 높이다보니 9.7km/ℓ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인 복합연비 9.0km/ℓ보다 높게 나왔다. 
  • ▲ 신형 그랜저의 뒷좌석 공간은 역시 넓었다. ⓒ김재홍 기자
    ▲ 신형 그랜저의 뒷좌석 공간은 역시 넓었다. ⓒ김재홍 기자
    전체적으로 그랜저는 주행 중 단점을 찾기 어려웠다. 다만 높은 가격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5 가솔린의 경우 프리미엄 트림은 3716만원으로 기존 모델에 비해 300만원 이상 인상됐다. 

    시승 차량인 3.5 가솔린 모델의 풀옵션 적용 가격은 5605만원으로 제네시스 G80 2.5 모델(5507만원)보다 비싸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의 풀옵션 가격은 5800만원 수준으로 인상됐는데, 렉서스 ‘ES300h’ 럭셔리 트림(6390만원)과의 가격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신형 그랜저 구입 고객들은 당초 계획보다 옵션 1~2개를 제외하는 것도 좋은 선택으로 판단된다. 
  • ▲ 서라운드 뷰 화면은 터치를 통해 각도를 이동시킬 수 있었다. ⓒ김재홍 기자
    ▲ 서라운드 뷰 화면은 터치를 통해 각도를 이동시킬 수 있었다. ⓒ김재홍 기자
  • ▲ 시승 차량의 앞좌석 모습. ⓒ김재홍 기자
    ▲ 시승 차량의 앞좌석 모습. ⓒ김재홍 기자
  • ▲ 신형 그랜저의 후면부 모습. 오히려 전면부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대차
    ▲ 신형 그랜저의 후면부 모습. 오히려 전면부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대차